18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둔 이란의 표심이 보수로 쏠리고 있다. 절반 이상이 강경보수 후보로 지목되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개혁파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대에 그쳤다. 중도ㆍ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뒤를 이어 강경파 집권이 초읽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8일 이란 대선 후보 2차 토론회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대표적 강경 보수 성향 성직자인 라이시 후보가 55.6% 지지를 얻었다고 프레스TV는 밝혔다.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얻은 후보 역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출신인 모센 레자에이(5.5%) 후보였다. 중도ㆍ개혁 진영 출신 압돌나세르 헴마티 전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23.2%에 달하지만 헴마티 후보의 막판 대역전극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ㆍ개혁파 유권자들이 라이시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며 아예 투표 의사를 포기한 것이 높은 부동층 비율의 이유라는 이야기다. 인플레이션으로 이란 국민의 삶이 어려워진 이유를 보수파 후보들이 중앙은행장 출신인 헴마티 후보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라이시 후보가 애초부터 최고지도자의 후임을 결정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 때문에 헌법수호위원회가 최종 후보 7명 선정 과정에서 강경 보수파 일색으로 후보를 선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방 언론들의 해석도 다르지 않다. 라이시 후보에게 대권을 안겨주려는 포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라이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지만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에서 드라마틱한 결과가 만들어진다면 중도ㆍ개혁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은 이란이 핵합의에 복귀할 때까지 대(對)이란 제재를 계속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와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잇따라 출석해 “이란이 행동을 바꿀 때까지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앞서 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가오는 대선 결과가 빈 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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