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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에 업은 네타냐후… 실권해도 막후 영향력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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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에 업은 네타냐후… 실권해도 막후 영향력 커질 듯

입력
2021.06.0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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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스라엘 새 연정 신임투표, 실각 가능성
'12년 집권' 끝나면 美 보수진영과 연합전선 구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을 앞두고 고심에 빠져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을 앞두고 고심에 빠져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2009년 3월 취임한 베냐민 네타냐후(72) 이스라엘 총리는 12년간 집권에 성공한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다. 그러나 극심한 내부 정치적 혼란에다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까지 겹치면서 오는 1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새 연립정부 신임 투표를 통해 마침내 권좌에서 내려올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실권한다 해도 막후 정치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8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복수의 국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네타냐후가 실각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을 이용해 재집권을 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네타냐후의 정치적 죽음(실권)은 (역설적이게도) 그 이후 미국 내 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내 보수의 아이콘 격인 트럼프와 손을 잡고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블리 텔하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언급한 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가운데, 미 공화당이 네타냐후와 동맹을 맺고 미국 내 우파 세력을 키우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3년 전 트럼프가 폐쇄한 예루살렘 주재 총영사관 재개관을 추진하는 등 팔레스타인과 관계 개선에 나선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공화당이 네타냐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례도 있다. 지난 2015년 네타냐후는 당시 야당이었던 공화당 지지를 얻어 미국 의회에서 ‘이란 핵 협상’을 추진하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를 비난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실제 미국 정치권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텔하미 교수는 “12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트럼프뿐 아니라 공화당 세력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네타냐후로선, 미국 내 극우 세력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재집권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전직 외교관은 “차기 이스라엘 총리로 거론된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당 대표가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더라도, 의회 내에선 그보다는 네타냐후의 입지와 영향력이 훨씬 더 세다”며 “네타냐후가 실각해도 ‘강력한 야당 지도자’로서 미국 보수진영 지지를 받아 연정 분열을 시도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에 대한 미심쩍은 시선도 네타냐후에겐 유리한 요소다. 좌우 정파가 뒤섞인 새 연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탈하고 있는 데다, 극우 성향인 베네트 대표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게르솜 고렌버그 이스라엘 역사가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네타냐후의 장기집권 종식에 대한 희망이 크지만, 새로 들어설 연정에 대한 불안감도 떨칠 수 없다”며 “연정 안착에 실패하면 네타냐후의 재집권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는 투표를 앞두고 연일 강경 행보를 이어가며 ‘우파 총집결’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은 시리아 관영 매체를 인용해 “시리아 공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상공에서 날아오는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을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직접 언급을 피했으나, ‘미국과의 유대, 이스라엘의 국방력을 과시하려는 네타냐후의 조치’라는 게 서방 정보기관들의 분석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그 대신, 우익단체의 ‘예루살렘의 날’ 깃발 행진을 15일 예루살렘에서 강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예루살렘의 날’은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요르단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장악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행진 장소인 예루살렘 올드시티는 지난달 초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 간 무력 충돌로 300명 이상이 다친 곳이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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