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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새판짜기 핵심은 '동맹 규합'…韓 역할론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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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새판짜기 핵심은 '동맹 규합'…韓 역할론 커진다

입력
2021.06.10 04:30
수정
2021.06.10 09:4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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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돌리기 위한 새판짜기에 돌입한다. 핵심은 대대적인 투자와 동맹 규합이다. 한국 등 동맹과의 협력 강화로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를 늘리면서 기술 경쟁국인 중국 견제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한·미 양국은 앞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핵심 기술인 '반도체·배터리' 동맹 강화를 선언했는데, 향후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방안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론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미중 의존도가 과도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경우에 따라 이해득실이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잡힌 선택도 요구되고 있다.

美, 동맹과 손잡고 중국 굴기 꺾는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 4개 품목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관심은 역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최근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선언한 반도체 분야다. 당초 업계 안팎에선 안보 물자로 급부상한 반도체의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중국 견제 카드가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날 백악관 발표에서 이런 내용은 빠졌다.

반도체 공급망 체인별 점유율

반도체 공급망 체인별 점유율

미국에서 제시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안의 골자는 동맹국과 연합전선 구축이다. 이번에 공개된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 보고서'엔 한국을 포함해 대만과 일본이 80여 차례나 언급됐다.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 대신, 동맹과 협력을 택한 셈이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 의지를 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전략은 중국에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1990년만 해도 세계 반도체의 40%를 미국에서 책임졌지만 현재는 1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13.9%)은 막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최근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 미국을 제쳤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칩과 관련된 설계나 제조 장비 부문에선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설계 프로그램인 EDA 분야에선 70%, 지적재산권(IP)은 92%(엔비디아의 ARM 인수 반영), 장비는 42%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동맹인 일본 및 유럽연합(EU)과 협력할 경우, 장비 분야에서도 미국의 점유율은 90%대로 급상승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중국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의 원천 기술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분석한 배경이다.

美 최고파트너 삼성전자, 미국서 새시장 맞는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가 또한 이번 재편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을 안정시키려면 자국 내 생산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당장 미국 주도로 공장 건설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삼성전자나 대만 TSMC처럼 파트너로 점찍은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함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삼성전자도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진다. 백악관은 이날 미 반도체 분야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17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언급하며 "공정한 반도체칩 할당과 생산 증가, 투자 촉진을 위해 동맹과의 관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지위에 대해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는 부분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로선 특별한 견제 없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초격차 전략을 이어가면서 미국에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추가 증설(약 19조 원 투자)로 첨단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신규 고객으로 흡수할 확률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250여페이지 분량의 종합보서엔 '삼성전자'가 20여회 넘게 언급돼 있는데, "인텔, TSMC, 삼성전자의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는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긍정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다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날 미 상원에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격적 육성을 위한 '대중국 견제법'이 통과됐다. 우리나라의 연간 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60%에 이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미국 장비로 반도체를 만드는 우리로선 중국 사업을 키울수록 대외적인 위험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美 반도체 신규 투자

삼성전자, 美 반도체 신규 투자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투자 규모가 상당해 중국에서 발을 빼는 건 현실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중국으로서도 이들 회사의 반도체가 절실해 가령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때와 같은 불이익을 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 사업이 차질을 빚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중 갈등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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