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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마 파눌라가 만든 교육 시스템이 핀란드 지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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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마 파눌라가 만든 교육 시스템이 핀란드 지휘의 힘"

입력
2021.06.09 1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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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시향과 국내 데뷔하는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는 올가을부터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연중 주요 행사인 시벨리우스 축제 개최를 3년간 맡게 돼 고무적이다"면서 "지역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제공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는 올가을부터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연중 주요 행사인 시벨리우스 축제 개최를 3년간 맡게 돼 고무적이다"면서 "지역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제공

국내 클래식 음악계가 핀란드에 빠져 있다. 특히 핀란드 지휘자 전성시대다. 주요 오케스트라 3곳 중 2곳이 핀란드 출신에게 상임지휘봉을 맡겼고, 객원 지휘자 명단에도 북유럽 바람이 불고 있다. 이달 국내 데뷔 무대가 예정된 핀란드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Dalia Stasevska·37)가 대표 사례다. 영국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수석객원지휘자 등을 지낸 스타다.

스타세브스카는 17일부터 이틀간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브리튼의 '진혼 교향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등을 연주한다. 최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서울시향과 공연은 물론, 처음 방문하는 서울에서의 경험이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록 이번 내한공연에서 연주를 하진 않지만 핀란드 음악의 거장 시벨리우스는 스타세브스카에게도 각별하다. 심지어 그녀 남편(라우리 포라)의 외증조부가 바로 시벨리우스일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 스타세브스카는 "언제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그는 늘 내 주변에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세브스카에게 시벨리우스 음악은 '끊임없는 발견'이다. 작품이 인간의 영혼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층과 깊이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스타세브스카는 "시벨리우스의 음악 세계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일처럼 얼핏 보면 쉽지만, 또 어렵다"고 말했다.

지휘자 스타세브스카는 특히 오페라를 사랑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예술 형태에 호기심이 많았는데, 오페라는 많은 것들이 결합해 그 자체로 독특한 예술이 되는 장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제공

지휘자 스타세브스카는 특히 오페라를 사랑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예술 형태에 호기심이 많았는데, 오페라는 많은 것들이 결합해 그 자체로 독특한 예술이 되는 장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제공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출신인 스타세브스카는 비슷한 연배인 피에타리 잉키넨(41·KBS교향악단 음악감독)과 함께 오스모 벤스케(68·서울시향 음악감독)의 뒤를 잇는 차세대 피란드 지휘자다. 이들뿐 아니라 세계적인 핀란드 지휘자는 많다.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에서 걸출한 음악인이 대거 태어난 비결은 뭘까.

스타세브스카는 세 가지 요인을 들었다. 우선 핀란드의 전설적인 지휘자 요르마 파눌라가 구축한 헬싱키의 체계적인 음악교육 시스템 덕분이다. 스타세브스카는 "핀란드에서 지휘를 배우는 사람은 매주 두 차례 학생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기회가 있다"며 "지휘자가 실제 악기 연주자들과 연습할 시간이 보장된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했다. 핀란드에서는 지휘 전공자가 오케스트라 악기를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도록 장려되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스타세브스카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하다. 이는 단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스타세브스카는 "핀란드의 음악교육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대학까지 모든 비용이 무료인 만큼 누구나 공평하게 양질의 수업을 받을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세브스카가 지휘하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은 러시아를 떠난 작곡가가 미국에서 쓴 곡으로, 최후의 작품이다. 스타세브스카는 "진동하는 리듬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동안 작곡가의 고국에 대한 강한 열망과 미국으로부터의 영향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생 '디에스 이레'(Dies irae·진노의 날) 선율에 관심이 많았던 라흐마니노프의 특징도 드러나는데, 3악장 끝에 가면 '디에스 이레' 선율이 전통적 양식과 충돌하고, 함께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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