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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로 폐교 매입해 박물관 지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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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로 폐교 매입해 박물관 지은 국문학과 교수

입력
2021.06.1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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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 인문학적 교양 쌓는 '살아 있는 박물관' 되길"

진도에 있는 폐교를 매입해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을 설립한 이지엽 시인(경기대 국문학과 교수)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진도에 있는 폐교를 매입해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을 설립한 이지엽 시인(경기대 국문학과 교수)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시에그린’이라고 하면 시에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도 있고, ‘시에’가 사정(事情)을 뜻하는 전남 방언이라 서로의 사정을 잘 살피자는 뜻도 있어요. 보듬어 주는 게 예술이지 않겠어요?”

지난 7일 이지엽 시인(경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서울 중국 한국일보 본사에 큰 캐리어를 들고 나타났다. 인터뷰 직후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이 있는 전남 진도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시인은 최근 사비로 진도에 있던 폐교를 매입, 평생 수집한 작품들을 전시할 박물관을 차린 터였다.

시인이면서 개인전을 수차례 연 화가이기도 한 그는 문학과 미술의 교류에 큰 관심이 있었다. 2007년 한국 현대시의 기점인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미술과 문학의 만남을 다룬 시화전과, 2019년 태백산맥 등 한국의 대표 문학작품을 그림으로 그려낸 ‘한국의 문학, 그림으로 그리다’ 전시 등을 기획한 이유다. 이 시인은 “전시를 기획하며 관련 작품을 조금씩 수집한 게 1,000여 점에 이르렀다”며 “관련 전시들이 반응이 좋았는데, 내가 가진 것들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 전경. 이지엽 시인 제공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 전경. 이지엽 시인 제공

그렇다면 이 시인은 왜 고향(전남 해남)도 아닌 진도에 박물관을 짓게 된 걸까. “소설을 그림으로 그려낸 전시를 보고 간 진도군수가 진도에서도 이런 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저를 적극적으로 설득했어요. 마침 공간으로 활용할 만한 폐교도 있었지요.” 그 결과 이 시인은 작년 10월 진도군이 가진 폐교(석교초 죽림분교) 부지를 사들였고 거기에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박물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오는 18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박물관에 오면 무료로 다양한 시와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다. 한국화가인 고 민경갑 화백이 그린 산 그림에 원로 여류시인 김남조 선생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시 작품이 대표적이다. 화가이자 서예가인 박종회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시를 쓴 작품, 소설가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을 원로 화가 박남이 형상화한 작품 등이 있다.

2층짜리 학교 건물에는 시화박물관 외에도 여귀산미술관과 진도수석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진도가 낳은 뛰어난 조각가 양두환을 재조명하는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시인은 “나무조각을 하셨는데 33세에 요절해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한 분”이라며 “박물관에 오면 양두환 조각가의 정교함에 감탄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석박물관에서는 수석 총 1,100점과 타이슬링 등 기념품 3,000여 점을 볼 수 있다.

정년을 2년 남짓 앞두고 있는 이 시인의 남은 바람은 뭘까. “‘나만의 수석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인문학 강좌를 이곳에서 할 계획이에요. 죽어 있는 박물관이 아닌, 대중들이 자주 찾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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