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 중인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10일 파업에 돌입했다. 상담사들 요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례처럼 직고용을 해달라는 것이다. 정작 건보공단 직원들은 '불공정 채용'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노노(勞勞) 갈등'이 거세질 조짐이다. 정부와 건보공단이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해 되레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건보공단은 전체 상담 인력 1,633명 가운데 60%가 넘는 97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직고용 요구하는 두 번째 파업
상담사 파업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그때나 지금이나 요구 사항은 효성ITX·제니엘 등 민간기업에 위탁 운용하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업무를 직고용으로 전환해달라는 것이다. 앞서 건보공단은 청소와 경비용역 등을 직고용했다. 고객센터의 경우 최근 국민연금과 근로복지공단이 직고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했다.
지난 2월 파업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직고용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협의기구(민간위탁 협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내놨고, 상담사 노조는 이를 받아들여 파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전문가 협의 기구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재파업의 명분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의 실행 의지"라며 "공단이 협의기구를 앞세워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하지 않다" ... 공단 직원들 반대
이 문제는 건보공단 직원들의 반대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4일과 7일 직고용에 반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상담사 직고용 문제를 "공정한 채용절차를 무시하면서 사기업 정규직 직원을 직고용하는 것은 잘못"이라 보고 있다.
직고용에 반대하는 공단 직원들은 익명 단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이 방 가입자만 해도 1,100여 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친노동계 인사로 구성된 전문가 협의기구는 직고용을 위한 절차상 문제에 불과하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구조조정 등 불안, 경영진이 다독여야
건보공단 직원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건보공단 고객센터가 다른 정부 기관의 고객센터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건보공단 직원 수 1만6,000여 명의 10%가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직고용될 경우 공공기관 적자 확대로 이어져 결국 기존 직원들이 구조조정 등 피해를 보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건보공단이 시간끌기식 태도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대부분의 공공기관 고객센터들이 직고용으로 전환했기에 건보공단이 민간위탁을 고수할 명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기존 직원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설득해야 하는 건 경영진과 정부의 역할"이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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