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변협에 "지지와 연대 표명해달라" 요청
경찰엔 "사건 결과 공개" 촉구… 경찰은 "재량권 없다"
'신입 변호사 미투(Me Too·성폭력의 사회적 고발) 사건' 피해자 측이 피의자인 로펌 대표의 사망 후 이어지고 있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경찰이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변호사 업계 내부에서도 2차 가해가 난무하고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가 피해자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8일 오후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 서초경찰서를 차례로 방문해 이런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건 피의자였던 로펌 대표 변호사 B씨는 자신의 서초동 로펌에서 실무수습 과정을 마치고 일하던 A씨에게 10차례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12월 고소됐고, 피소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인 지난달 26일 사무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됐다.
"변호사 단톡방에서 '피해 후보 사진' 나돌아"
이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변협을 방문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구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공개된 호소문에서 A씨는 "가해자의 로펌에 다녔던 여성 변호사를 추린 '피해자 후보' 사진이 변호사 단체 채팅방에서 돌아다니고, 변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엔 내가 가해자를 죽게 했다는 의견이 올라온다"며 "심각한 2차 피해와 함께 신상 노출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변협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피해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라며 "수사기관이 수사 결과와 판단을 구체적으로 고지할 수 있도록 변협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또 "가해자 사망 후 변협 측 관계자로부터 '관련 기사가 자극적이니 내려라' '가해자도 변협 회원이라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며 변협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2차 가해 막기 위해 수사 결과 공개를"
A씨 측은 경찰에 수사 결과 공개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오후 3시 40분쯤 서초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에게 "늦어도 지난달 21일까지는 가해자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거란 경찰 측 설명을 듣고 24일 언론에 사건을 공론화했던 것"이라며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이었던 만큼 경찰에서 그 결과를 피해자에게 고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A씨 측은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 공개는 피의사실공표죄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피의사실공표죄는 살아 있는 피의자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선입견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입법된 것"이라며 "법전 어디에도 피의자 사망 시 피해자에게 수사 결과와 판단을 고지해주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여전히 초임 법조인으로서 여러 2차 피해에 노출된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피의자 사망이 피의사실공표죄의 면책 조항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의견서가 정식으로 제출된 만큼 법적 검토를 하겠지만, 수사기관의 재량으로 종결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판단해 고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당초 경찰에서 피해자 측에 밝혔다는 송치 시점과 관련해선 "보완 수사 필요성이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당 수사관이 예상 시기를 말한 것일 뿐이며 실제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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