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 내세운 美 공급망 재편, 글로벌 통상 '정글'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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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 내세운 美 공급망 재편, 글로벌 통상 '정글'로 만드나

입력
2021.06.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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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견제' 바이든,  첨단기술에 천문학적 보조금
통상 갈등 조정할 WTO 사실상 기능 마비
中·유럽 등도 보호무역주의로 맞대응 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4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연합뉴스

미국발(發) 4대(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핵심 품목의 공급망 강화 방침 소식에 전 세계 통상 정책도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보호무역조치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중국과 유럽 등도 맞대응으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이 가운데 글로벌 통상 현안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세계무역기구(WTO)조차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사실상 일시 정지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엔 또 다른 악재가 불거진 셈이다.

1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반도체 등 중점 산업 기술 개발 및 생산에 2,500억 달러(약 280조 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미국 혁신 경쟁법'이 미 상원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1,900억 달러(약 210조 원)가 기술 개발에 투자되고 이 중 540억 달러(약 60조 원)는 반도체에 집행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용 반도체 개발엔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가 집중된다.

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같은 날 발표한 공급망 재편 계획에 대한 후속 조치다. 바이든 정부에선 4대 품목이 국가 안보와 연관된 기술인 만큼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공급망 재편 보고서엔 해당 분야에서 자국 안보에 위협적인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리거나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바이든 정부 4대 품목 공급망 강화 내용


"안보 내세우지만 트럼프의 '아메리칸 퍼스트'와 같은 목적"

이번에 공개된 4대 품목의 공급망 재편 계획은 사실상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추진됐던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과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18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유럽, 아시아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중국과 유럽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중국의 과도한 산업보조금이 전 세계 통상 규범에서 문제로 거론됐는데, 미국 역시 결국 산업 보조금을 퍼붓는 식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다자간 통상 체계 복원이 무색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제질서를 재편하겠다고 발언했던 것과는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에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 역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는 미국의 정책발표 직후 "미중 관계의 중요 분야에서 협력을 해치지 않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통상 갈등 해결할 WTO 기능 마비... '힘의 논리'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 때처럼 대두될 글로벌 통상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갈등을 해결할 뾰족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자무역기구인 WTO가 회원국 간 분쟁 해결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는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지난 2019년 12월 트럼프 행정부는 각종 분쟁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AB)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임기가 만료된 상소위원 임명을 거부했다. 이후 아직까지도 재판에 필요한 상소위원 3명 중 2명이 공석인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은 당분간 독자적인 무역 보복을 강행하면서 '정글의 법칙'만 추구할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이소원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팀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때 다자주의를 복귀하겠다고 의사 표명했지만 아직까지 WTO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며 "결국 국가별로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 조치를 취하게 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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