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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최의 정치경제학

입력
2021.06.09 00:00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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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속 강행하는 도쿄 올림픽
돈 논리 IOC, 정치 논리 스가의 합작품
중일 간 국가 위신 경쟁도 가세


일본 도쿄도청사의 도쿄올림픽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도쿄도청사의 도쿄올림픽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개막 45일을 앞둔 일본열도는 여전히 코로나 감염사태로 인한 혼란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일본의 하루 코로나 감염자 수는 7,000명대, 사망자 수도 100명으로 치솟는 상황이 이어졌다. 미 국무부는 일본여행 금지를 경고하는 조치를 내렸다. 일본 내 여론도 올림픽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상회했다. 올림픽 후원사이기도 한 아사히신문은 이례적으로 “도쿄 올림픽은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을 사설로 게재했다. 의료계도 감염 확산세를 잡지 못한 채 올림픽을 개최할 경우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6월 들어 일본 내 분위기는 다소 호전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감염자 수는 2,000명대 수준으로 주춤하고 백신접종이 7일 기준으로 1,200만 명에 이르러 일본 인구의 약 10%에 도달했다. 6월 20일까지 긴급사태 조치 연장을 결정한 일본 정부는 백신 접종 하루 100만 명을 목표로 열을 올리며 7월 말까지는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칠 것을 공언한다. 요리우리 신문 여론조사는 “일본국민의 50%가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스가 내각 지지율은 방역 실패로 인해 37%로 급전 낙하했다.

과연 이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는 가능할까?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조직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7월 23일 올림픽 개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애초부터 올림픽 강행을 주장해온 IOC는 “아마겟돈(대전쟁 인류 멸망)이 아니면 올림픽은 열린다”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총리관저 관계자는 “올림픽 중단이라는 선택지는 없다”고 단언하고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올림픽 개최를 위한 최종 마무리를 착실히 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렇게 보면 올림픽 개최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 말대로 안전·안심의 올림픽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노무라 종합연구소는 도쿄 올림픽 개최의 경제효과를 약 18조 원으로 추산했다. 올림픽 중계권료로 약 1조7,000억 원이 지불되어야 한다. 만약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위약금으로 치러야 할 돈도 막대하다. IOC는 총수입의 70%를 중계권료로 충당한다. IOC가 반드시 올림픽을 치러야 할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스가 정부에 올림픽 취소는 정치적 자살을 의미한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방역, 경제라는 세 마리 토끼 잡기를 지상과제로 간주한다. 만약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스가 내각은 총사퇴에 직면할 것이다. 역으로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면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스가에게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재선되고 10월 총선에서 자민당 압승을 기약하기 위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내각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기회다.

일찍이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동일본대지진을 이겨낸 부흥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코로나를 극복한 징표로 상징성을 강조한다. 일본은 1940년에 세계대전의 와중에 올림픽 개최를 취소한 역사를 경험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패전의 잿더미에서 전후 부흥을 이룩한 성공 신화의 상징이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이 무산된다면 내년 초 북경 동계올림픽이 팬데믹에서 열리는 최대 스포츠 행사가 된다. 중국의 패권적 위세에 눌려 왜소해진 일본의 위신은 더욱 추락할 것이다. 도쿄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평화적 축제라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한 가운데 IOC의 경제 논리, 스가 총리의 정치 논리 그리고 국제 위신 경쟁으로 범벅이 된 팬데믹 속 스포츠 제전이 될 전망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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