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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료 혁명'…FDA, ‘아두카누맙’ 치매 치료제로 첫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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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료 혁명'…FDA, ‘아두카누맙’ 치매 치료제로 첫 승인

입력
2021.06.08 01:40
수정
2021.06.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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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년 만에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아두카누맙'을 치료제로 승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년 만에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아두카누맙'을 치료제로 승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신약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를 치료하는 최초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말초ㆍ중추신경계약물 자문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아두카누맙(상품명 애드유헬름)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했다.

FDA는 아두카누맙이 2건의 3상 임상시험 가운데 한 건에서만 평가 기준을 만족하는 등 불확실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FDA는 그러나 뇌 속에 축적된 알츠하이머병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2003년 메만틴(제품명 에빅사)이 승인된 이후 18년 만에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지 않고 병 진행을 억제하는 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나와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커다란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 환자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 단백질 덩어리(plaque)인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에 달라붙게 설계된 단일 클론 항체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중앙치매센터장)는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단백질이 뇌의 신경세포에 쌓이면서 플라크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생긴 독이 신경세포를 망가뜨려 알츠하이머병이 생긴다는 것이 학계의 가설”이라며 “아밀로이드-베타는 모든 사람의 뇌에 존재하고 어떤 이유로든 이것이 뭉치면 알츠하이머병이 생긴다”고 했다.

아두카누맙은 뇌 속에 생긴 플라크에 달라 붙어 이를 제거해 뇌세포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아 사고력이나 기억력, 행동 등도 악화되지 않는다. 아두카누맙이 FDA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알츠하이머병도 이제 암이나 당뇨병처럼 만성 질환으로 바뀔 것이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를 없애면 알츠하이머병을 고칠 수 있다는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이 의심을 받았다”며 “여러 임상시험에서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없애도 알츠하이머병이 악화됐기 때문이다”고 했다. 문 교수는 “이번 아두카누맙의 FDA 승인으로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아두카누맙

아두카누맙

아두카누맙이 FDA 허가를 받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바이오젠이 진행한 두 건의 3상 임상시험(EMERGE, ENGAGE) 결과를 두고 평가가 분분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조차 무용성 평가로 개발을 중단했다가 8개월 뒤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아두카누맙은 2019년 3월 3,000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EMERGE 임상시험에서는 고용량군이 1차 평가 변수인 CDR-S(임상 치매 평가 척도)와 2차 변수인 MMSE(간이 정신 상태 검사), ADAS-Cog13(일상생활 능력 평가 검사) 등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반면 ENGAGE 임상에서는 저용량과 고용량 모두 임상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FDA 자문위원회 외부 전문가는 지난해 11월 아두카누맙에 대해 비승인 권고했다. 자문위 소속 일부 의사들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아두카누맙 승인을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게재하기도 했다.

사실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환자들이 18개월 만 아두카누맙 치료를 받았기에 얼마동안 치료해야 하는지, 뇌부종과 뇌출혈이 생기는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에 의문도 남는다.

바이오젠은 이같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 추가로 4상 임상시험을 시행해야 한다. FDA는 "추가 임상시험에서 의도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FDA의 약물 평가 및 연구센터 소장 패트리샤 카바조니는 “우리는 추가 임상시험에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인정한다"며 "그러나 FDA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물 개발 분야에서 엄청난 진전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돼 있으며, 앞으로 몇년 내에 추가 치료 옵션을 승인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영국 알츠하이머병연구소 책임자인 힐러리 에반스는 “이번 FDA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승인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역사적인 일”이라고 했다.

'애듀유헬름'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될 아두카누맙은 4주 간격으로 주사제 형태로 투여해야 한다. 1회 투여 비용이 4,312 달러(480만 원)여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1년에 5만6,000 달러(6,230만 원) 정도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도네페질, 메만틴, 도네페질ㆍ메만틴 복합제, 리바스티그만, 갈란타민 등 FDA가 승인했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불과했다.

알츠하이머병은 1907년 독일 신경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는 기억력 감퇴, 언어 장애, 기억 상실 등이 생긴 환자의 뇌 속에서 끈끈하게 엉킨 단백질 덩어리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하면서 명명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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