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불판 갈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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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불판 갈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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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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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윤석열 이재명 이준석 국회 무경험자 두각
정치 기득권 혁파 바라는 국민 열망 반영
차기 대통령, 개헌으로 새 정치 실현해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6일 서울 청량리역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대선 주자급은 아니지만 ‘이준석 돌풍’의 바탕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 깔려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게 보수 리더십에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국민의힘에서, 이준석이라는 청년을 통해 표출됐을 뿐이다. 수구보수를 관통한 바람은 개혁보수로, 그리고 진보진영으로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늘 있었다. 군사독재 시대를 끝장내고 민주화를 향한 열망은 YS와 DJ를 지도자로 선택했다. ‘3김(金) 정치’의 효용성이 다하자 시민들은 다시 권위주의 타파를 외쳐온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찾아냈다. 그러나 공고한 정치 기득권의 벽에 부닥쳐 개혁은 미완에 그쳤다.

거대 정당이 아닌 정치권 밖에서 새 정치를 찾으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주영, 반기문, 문국현, 안철수 등이 한때 대중의 부름을 받아 정치판에 나섰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정치에 채워 넣을 가치와 철학,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도중하차했다.

좌절된 정치 혁신에 대한 기대는 촛불혁명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한껏 부풀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치판에 소환된 문 대통령과 비교적 덜 때묻은 것처럼 보였던 86세력은 낡은 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국민은 압도적인 승리를 몰아줬지만 돌아온 것은 무능과 오만, 위선의 확인이었다. 정치 변화는커녕 기득권 정치를 답습한 행태에 국민 상당수는 등을 돌리고 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기치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는데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다시 공정과 정의가 된 것만큼 실패를 웅변하는 것은 없다.

지금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면면들을 보면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여전히 강렬함을 보여준다. 정치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현실이 그 증좌다. 김동연 전 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등 정치판에 때묻지 않은 인물은 죄다 불려 나올 판이다.

이준석은 국회 문턱은커녕 공직 경험도, 제대로 된 직장조차 가져본 적 없는 인물이다. 게다가 반페미니즘과 능력주의라는 퇴행적인 공약을 내세워 국민의힘 내에서도 고개를 젓고 있다. 그런데도 대중이 환호하는 건 이준석이라는 우파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심보다 세대교체 등 기득권 정치 변화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준석 자신도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문제는 ‘조국’과 ‘검찰개혁’이라는 낡은 서까래만 붙잡고 있는 민주당이나 곰팡내 나는 계파 논쟁에 매달린 국민의힘이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뿐더러 해결할 능력도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의 예외 없는 실패에서 보듯 어느 한 사람이 난마처럼 얽힌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와 첨예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개헌밖에 없다. 현행 헌법의 기초가 된 87년 체제로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판가름난 지 오래다. 정치 체제뿐 아니라 인권, 복지, 노동 등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구조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국가의 근본 틀을 바꿔야만 가능한 것이다.

고(故) 노회찬 의원은 20년 전에 지금의 정치판 상황을 예견했다. 널리 알려진 판갈이론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번에 출마에 앞서 공동서약을 하기 바란다. 대선에서 당선되면 1년 내에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는 다짐 말이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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