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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맞물린 톱니바퀴 대만…양안 대치의 역사

입력
2021.06.07 16: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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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1995년 8월 미사일 발사대를 갖춘 중국 해군 구축함이 대만 북부해역을 겨냥한 미사일 시험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당시 3차 대만해협 위기는 항모 2척을 파견한 미군에 중국이 물러서면서 종료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5년 8월 미사일 발사대를 갖춘 중국 해군 구축함이 대만 북부해역을 겨냥한 미사일 시험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당시 3차 대만해협 위기는 항모 2척을 파견한 미군에 중국이 물러서면서 종료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만을 상징하는 표현은 많다. 중국의 대양진출을 막는 ‘불침항모’, 동남아와 동북아의 진입로란 의미의 ‘유리병의 코르크 마개’에서 ‘아시아의 베를린’까지. 모두 중국 견제를 위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리킨다. 과거엔 냉전, 지금은 미중 패권경쟁의 한가운데 놓인 대만은 한편으로 한국과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장제스 총통은 대만 이주 직후 한국전쟁이 터지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호전적인 마오쩌둥 주석의 관심이 한반도로 옮겨가면 대만이 위험에서 벗어나는 구도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 제7함대는 대만해협에 배치돼 중국의 만약의 무력 시도를 차단했다. 최근 비밀 해제된 문서를 통해 당시 핵무기까지 배치된 사실도 공개됐다. 이후에도 미군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올라가면 대만에 전략자산을 배치,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지정학 전문가인 로버트 캐플런은 책 ‘지리대전’에서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대만 방어가 태평양에서 미국 이해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은 한국전쟁이었다”고 했다. 이처럼 아시아에서 강대국 이해에 주요 거점이란 점에서 대만과 한국의 지정학은 향후에도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만해협 긴장에 가장 민감한 주변국은 일본이다. 대만이 복속되면 중국과의 영유권 갈등은 센카쿠(댜오위다오) 외 다른 4개 섬으로 확대될 수 있다. 대만에서 센카쿠까지는 170㎞이나 오키나와에선 400㎞로 2배 이상 멀다. 최근 침묵을 깨고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를 포함시킨 것을 비롯해 대만관계법 제정 의견까지 나온다. 대중국 강경 전략을 짰던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일본군에 ‘대만방위는 일본방위’란 말이 있다”며 “중국이 무력을 쓰면 일본이 군사적으로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일관계는 어려워지겠지만 대만 충돌 방지에는 긍정적이란 분석이 미국에서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 국민당이 이주해 간 대만은 국공내전의 연장이자 해방 대상이다. 이를 위해 초기엔 전쟁을 무릅쓰고 갈등을 고조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1954년 본토에서 8㎞ 떨어진 진먼다오(金門島)에 포격을 가해 양안(兩岸)이 무력충돌을 벌이자 미국은 한 달 뒤 방위조약을 맺었다. 1958년에는 점령까지 시도했지만 미국이 항공모함 6척을 파견해 막아냈다. 1962년엔 장제스 총통이 본토 공격을 시도하자 미국이 저지했다.

1970년 12월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가 닉슨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에게 대화 메시지를 보냈을 때도 명목은 대만이었다. 미국의 외국 군대에 의해 점령되어온 대만이라는 중국 영토의 ‘휴가’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제안이었다. 이후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중국은 일국양제 카드를 내밀면서 평화의 시대가 왔다. 이 같은 양안에 변화를 가져온 건 대만의 민주화와 거세진 독립 목소리였다. "나는 대만인이다"라고 선언한 리덩후이 총통을 막기 위해 중국은 1995~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를 일으켰으나 2개 항모전단을 파견한 미국 무력 앞에서 물러났다. 지금 대만에선 통일에 대한 지지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대다수는 독립이 아닌 현상 유지를 원한다. 차이잉원 총통도 그 연장선에서 중국을 특별히 자극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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