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0만명 방문 매년 20% 늘어
해변 양리단길엔 카페·식당 즐비
이사 오는 서퍼 덕에 인구도 늘어
해양레저 특구 추진 '입지 단단히'
벤치마킹 지자체들 '서핑족 모시기'
그 누구의 방해 없이 파도를 즐길 수 있는 곳. 평상복보다 검정 서핑 슈트가 더 잘 어울리는 곳. 옆구리에 서핑보드를 낀 젊은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강원 양양군 죽도 해변의 모습이다.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던 죽도엔 2008년부터 서핑 마니아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더니, 이젠 사계절 내내 서퍼로 붐빈다. 여기에 양양에 새 둥지를 튼 서핑 장인과 국가대표 선수의 스토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더해져 이른바 '서핑의 성지'로 떠올랐다. 반갑게도 전국에서 몰려든 서핑족은 양양군의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8일 양양군이 밝힌 지난해 서핑관광객은 약 50만 명이다. 양양군 인구(2만7,700여 명)의 20배 가까운 사람이 죽도와 동산, 인구해변 등 서핑명소를 다녀간 셈이다. 서핑숍은 2014년 40곳을 넘었고, 지난해엔 90곳에 육박한다.
양양군이 KT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핑 관광객은 2018년 이후 3년간 평균 20%씩 늘었다. 무엇보다 절반 이상이 연간 20일가량 양양에 머물렀다. 당일치기 등 기존 관광 패턴에 비해 경제효과가 큰 이유다.
최근엔 파도와 더 가까이 하기 위해 아예 양양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우리 지역을 찾는 서핑 인구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이들이 몰려들자 지역상권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인구해변에서 동산해변까지의 거리엔 수제버거 가게와 카페, 펍은 물론 아시안 레스토랑까지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서핑족과 누리꾼들이 '양리단길'이라 부를 정도로 '핫'한 곳이 됐다.
이에 힘입어 양양군 땅값은 지난 1년간 17.85% 올라 강원도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구도 지난 5년간 700명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인구가 줄어든 고성 등 인근 동해안 지역과 대조적이다. 여러모로 서핑이 양양군에 보탬이 됐다. 김태동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진입하면서 서핑이 관심을 받았고, 수도권과의 교통망이 좋아지며 서핑이 양양을 대표하는 레저문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며 "관련 산업이 당분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양군은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서핑해양레저 특구를 추진 중이다. 죽도와 인구 등 해변 14곳에 서핑 라운지와 거치대, 온수 샤워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또 '서핑 1번지'라는 브랜드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캐릭터와 가이드북을 만들고, 체험기회도 확대한다는 게 양양군의 복안이다. 양양군은 기반시설 구축과 브랜드화 작업이 끝나면 중소벤처기업부에 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양양군의 성공사례에 자극받은 전국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서핑족 모시기에 나섰다. 강릉은 옥계면 금진해변, 동해의 경우 대진해변에 서핑 해변을 만들었다. 경기 시흥에선 세계 최대규모의 인공서핑장이 등장했고, 남해안과 제주에서도 서핑족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 나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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