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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냐 환경이냐… 돌아온 크루즈선에 논쟁 붙은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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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냐 환경이냐… 돌아온 크루즈선에 논쟁 붙은 베네치아

입력
2021.06.08 00: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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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이 도시 위험에 빠뜨려"?
"일자리 4,000개, 경제 부흥 먼저"
?경기회복 기대감에 갈등 재점화

5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대형 크루즈선 운항을 막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있다. 베네치아=EPA 연합뉴스

5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대형 크루즈선 운항을 막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있다. 베네치아=EPA 연합뉴스

경제냐 환경이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백신 접종으로 한 풀 꺾이면서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탈리아 유명 관광도시 베네치아에서 ‘크루즈선 운항’ 재개를 놓고 빚어진 충돌이 대표 사례다. 감염병으로 파탄 난 경제를 먼저 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이번에야 말로 환경이 경제 논리에 밀려 나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맞서고 있다. 경기 회복 추세가 완연해지면 다른 나라ㆍ도시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는 문제다.

5일(현지시간) 베네치아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형 크루즈선이 도착했다. 무게 9만2,400톤에 16층 규모인 선박엔 관광객 650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 집단 감염이 속출해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 접시’로 불렸던 크루즈선의 운항 재개는 관광산업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로 여겨졌다.

하지만 크루즈선은 운하 중간에서 작은 보트들을 맞닥뜨렸다. “대형 선박 반대” 깃발을 들고 크루즈선을 막으러 나선 환경운동가들이었다. 시민 수백명도 운하 주변에 모여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를 주최한 환경운동가 톰마소 카차리는 “극소수 사람만을 위한 크루즈선 때문에 도시가 모욕당하는 것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베네치아에 들어오고 싶으면 덜 오염되고 더 작고 훨씬 안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큰 배가 좁은 수로를 지나면서 일으키는 파도가 가뜩이나 연약한 지반을 약화시켜서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한다. 베네치아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과거보다 훨씬 자주 바닷물이 범람해 역사적 건축물이 침식되는 등 이미 극심한 환경 위기를 겪고 있다. 연간 방문자만 2,500만명에 달하다 보니 오염 문제도 심각했다. 감염병 확산으로 사람의 발길이 줄어들고 나서야 석호 수질이 개선되고 물고기 떼가 돌아왔는데 크루즈선이 또 다시 해양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 부흥이 먼저라고 맞선다. 2019년 한 해에만 크루즈선 667척이 관광객 70만명을 베네치아로 실어왔다. 베네치아항만청에 따르면 크루즈선 사업은 도시 총생산의 3%를 차지하고 일자리 4,000개를 창출한다. 이는 곧 팬데믹 기간에 일자리 4,000개가 날아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크루즈선협회 이탈리아 지부 프란체스코 갈리에티 대표는 “베네치아 지역사회와 당국이 크루즈선 운항 재개를 수차례 요청했다”고 항변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3월 산마르코 대성당 등 유적이 즐비한 베네치아 석호 내 역사지구에 대형 선박의 진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2013년과 2017년에도 추진됐으나 업계 반발로 시행되지 못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석호 운항을 포기할 수 없는 업계는 해법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석호 외곽에 크루즈선 전용 터미널이 지어질 때까지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환경운동가 야네 다 모스토는 “전 세계 관광업계가 베네치아 상황을 보면서 사업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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