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IT(정보기술) 업종의 스타트업(신생기업)에서 일하는 20대 A씨는 입사 이후 상사로부터 “야, 너 할 줄 아는 게 뭐야?” 같은 폭언을 줄곧 들었다. 참다 못한 A씨는 대표에게 상사의 계속되는 폭언을 하소연했다. 하지만 “맞을 짓을 했네”란 대답이 돌아왔다. A씨가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행동을 하니 폭언을 당할 만하다는 비유를 하며 가해자 편을 든 것이다.
②IT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30대 B씨는 업무를 제대로 가르쳐주는 상사가 없어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 먹듯' 했다. 그럼에도 대표는 직원들 앞에서 B씨에게 “생산성이 낮아서 야근을 한다”며 경위서를 쓰게 했다. 이후 B씨의 연봉을 40% 삭감하더니 아르바이트생이 하던 일을 하게 하다가 갑자기 해고했다. B씨의 항의에 이 회사 대표는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고 말했다.
③스타트업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30대 C씨에게 회사 대표가 어느 날 갑자기 업무에 관해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C씨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대표는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C씨에게 자료를 주며 “공부해서 시험을 보라”고 면박을 줬다. “사장은 최상위권 대학 출신이 아니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는 게 C씨의 하소연이다.
노동인권단체인 직장갑질119가 6일 공개한 스타트업·IT 기업 내 ‘갑질’ 사례다. 직장갑질119는 네이버의 한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 1~5월 접수한 이메일 제보 가운데 제보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만 일부 공개했다.
공개 내용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IT 스타트업의 ‘갑질’은 대표가 직접 가해자인 경우가 많았다.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고 말하거나 학생 다루듯 직원들을 무시하며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제보자가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하며 그만둔 직원이 여럿”이라고 말한 이유다.
'웃픈(웃기고도 슬픈)' 사실은 이들 사업장 역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란 점이다. 직장갑질119는 A, B, C씨 세 사람의 직장 모두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76조 3항, 흔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알려진 이 조항에는 갑질 신고 시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 △괴롭힘 확인 시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 유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해뒀다.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있다. 또 근로기준법 109조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등을 규정해뒀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경우 명문대·대학원 이공대 출신으로 전문성과 기술에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하다 보니 근로자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IT에는 지식이 많지만, 노동관계법에는 문외한이라 자신이 범법행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