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18년 철강 세이프가드 시행
국내 철강업계, 대 EU 철강 수출 계속 감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인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해 추가 연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EU의 세이프가드 이후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국내 철강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6일 외신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 집행위가 이달 말 만료되는 철강 세이프가드의 1년 연장을 7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EU는 지난 2018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에 수입되지 못한 철강 물량이 EU로 대량 유입될 조짐을 보이자,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같은 해 7월부터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당시 EU는 일부 철강 품목의 쿼터(수입량 제한) 내 물량에 대해선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EU 집행위는 올해 초부터 세이프가드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통상담당 부집행위원장은 교역상대국의 보복조치 가능성 등의 이유로 당초 철강 세이프가드 연장에 여러 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세이프가드 적용한 후 3년이 흐른 시점에서 다시 연장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피해를 입은 교역상대국은 관련 보상 및 보복조치를 WTO에 요구할 권한이 생긴다. 하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EU 내 일부 회원국과 유럽철강협회(EUROFER) 등 철강업계는 세이프가드 연장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EU는 한국산 냉연과 도금, 전기강판 등의 철강 품목에 쿼터를 적용하고 있는데, 세이프가드 시행 이후 해당 품목의 수출량은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유럽철강협회에 따르면 EU가 한국에서 수입한 철강 제품은 2017년 228만 톤에서 2018년 319만 톤으로 증가했지만, 세이프가드 시행 이후인 2019년 268만 톤에서 2020년엔 262만 톤으로 줄었다. 세이프가드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의 대 EU 철강제품 수출량은 올해 210만 톤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EU 측에 이달 말 종료되는 철강 세이프가드를 예정대로 끝내달라고 거듭 요청해왔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월 필 호건 EU 통상담당집행위원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도 양측 간 무역·투자 증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면서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등의 무역 제한적 효과가 최소화되도록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4월 벨기에 브뤼셀에 열린 한-EU FTA 무역위원회에서도 EU의 철강 세이프가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EU 측의 세이프가드 철회 결정을 얻어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통상 전문가는 “수입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상황에서 EU가 먼저 세이프가드를 철회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바이든 미 행정부에서 철회 조짐이 있는 만큼 EU의 세이프가드가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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