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9일 '노부스콰르텟'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현악사중주단 '노부스콰르텟'이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나선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문 음악적 대장정이다. 한국 실내악을 대표하는 팀이기에 가능한 도전이다.
6일 공연기획사 목프로덕션에 따르면 '노부스콰르텟'은 16~19일 나흘에 걸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1~15번을 연주한다. 순수 연주시간을 합하면 장장 6시간에 달한다. 매 공연 쇼스타코비치의 초기-중기-후기 작품으로 곡목을 안배했다. 첫날은 작곡가의 외면이, 둘째ㆍ셋째 날은 내면 세계가 부각된다. 1번, 15번을 연주하는 마지막 날은 그의 시작과 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왜 쇼스타코비치를 골랐을까. 최근 전화로 만난 '노부스콰르텟'의 리더 김재영(바이올린)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았던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으로 현실 극복의지를 드러냈다"며 "어쩔 수 없는 환경 탓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생전 소련 당국의 감시와 박해를 받았던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음악에는 예술과 정치 현실 사이의 고뇌가 담겨 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 시대에도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공연 주제도 '시대의 고통 속에서 찾은 한줄기 빛'이다.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도 훌륭하지만, 현악사중주에서 개성이 더 면밀히 드러난다. 김영욱(바이올린)은 "작곡가는 평소 툭 터놓고 속마음을 얘기하지 못했던 사람인데, 실내악만큼은 내밀한 감정이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곡마다 특징과 사연이 있다. 김규현(비올라)은 "가장 순식간에 쓴 현악사중주 2번에서 천재성이 잘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재영은 작곡가의 내적 갈등과 몸부림이 배어 있는 10번 이후 후기곡들이 특히 묵직하다고 꼽았다. 김영욱도 말년의 비통함과 담담함이 묻어 있는 15번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원해(첼로)는 멤버들과 처음 합을 맞췄던 8번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공연이 다가올수록 부담도 크다. 김재영은 "프로그램을 정하고 막상 리허설에 돌입해 보니 '무모했다'고 후회할 정도로 정신, 육체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독일에서 귀국한 '노부스콰르텟'은 지방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열띤 연습 중이다.
네 남자의 쇼스타코비치는 내년 무렵 음반(아파르테 레이블)으로도 나온다. 최근 독일에서 3번과 8번의 녹음을 마쳤다. 김재영은 "현재 우리 팀의 이해도가 가장 높은 곡들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부스콰르텟'은 지난해 11월 이원해가 새로 들어오면서 멤버가 교체됐다. 이원해는 "평소 '스타'처럼 생각했던 콰르텟에 오게 돼 실감이 안 난다"며 "음악적 색깔이 다양하고, 해석도 남다른 팀인 만큼 빨리 흡수되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전 합류한 김규현은 "팀을 총괄하는 중대장(김재영)을 필두로 소대장(김영욱)과 병장(김규현), 훈련병(이원해)이 좋은 호흡을 내고 있다"며 "실제로 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 사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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