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 19~34세 2011명 설문조사 결과
서울의 영구임대주택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청년 A(25)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생계가 막막해졌다. 보안업체와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그는 어릴 적부터 천식을 앓아온 터라 장기간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자영업자였던 아버지마저 코로나19로 손님이 급감해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변변한 수입이 없었던 그는 월세(10만 원)와 관리비, 건강보험료 등을 수개월간 못내 120만 원이 체납됐다. 살고 있던 임대주택의 재계약이 지난해 말로 다가왔지만 보증금 증액분 120만 원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다급해진 A씨는 주민센터를 찾아가 기초생활수급자 상담을 받은 뒤 일회성으로 임대료와 관리비 50만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그는 “코로나19로 주거마저 위태롭다 보니, 부작용을 감수하고 2시간마다 천식 약을 복용하면서 배달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4일 중앙주거복지센터에서 25개 자치구 주거복지센터장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취약계층의 주거 위기 현황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통계로 본 코로나 시대 주거 위기’라는 주제 발표에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에서 일하는 취약계층은 일자리를 잃은 뒤 소득 감소, 임대료 연체, 보증금 절감 목적 이사를 겪으면서 주거 위기에 처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센터장은 유럽 통계를 예로 들며 “임차가구는 자가가구에 비해 주거비 과부담으로 고통받을 확률이 4배 가까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지난해 10월 시내 거주 만 19~34세 청년 2,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월세 관리비 대출이자 등 거주 관련 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는 응답이 과반(59.2%)이었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3명(29.2%)은 월세, 관리비, 통신요금, 보험료 중 하나 이상을 연체한 경험이 있었고, 1명 이상(11.7%)은 다른 가족의 집으로 들어가거나 월세가 싼 곳으로 이사하는 등 주거 환경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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