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수영이 새로운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류수영은 4부작이라는 짧은 호흡에서도 든든한 기둥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류수영은 지난달 27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목표가 생겼다'(연출 심소연, 극본 류솔아)에서 다정하고 심성 좋은 치킨집 사장 재영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특히 소현(김환희)의 친부로 오해 받았지만 소현의 상처를 감싸 안으면서 따스한 어른미를 자랑했다.
먼저 류수영은 "데뷔한 지 긴 시간이 흘렀지만 10대의 상황과 감성을 표현한 이야기를 처음 하게 됐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던 작품이다. 아쉽게도 10대 역은 아니었지만"이라며 유쾌하게 출연 소감을 전했다.
작품은 4부작으로 마무리됐지만 류수영에게 짙은 여운을 남겼다. '목표가 생겼다'의 장점인 높은 작품성도 종영 여파에 한몫을 했다. 류수영은 "소년기가 끝나고 성인이 되자마자 찾아온 등짐 같은 젊음, 가족 같은 대체 가족, 분리된 가족 등 다양한 관계의 형태가 잘 표현된 대본"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슬플 때 사랑한다' 이후 안방극장에 2년 만에 돌아온 류수영이기에 4부작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컸을 터. 그는 오랜만에 드라마에 임한 소회에 대해 "현장의 기운은 늘 피를 빨리 흐르게 합니다. 오랜만에 촬영이라 더 즐거웠다"면서 "아내 박하선이 늘 잘 찍고 오라고 응원을 해준다"고 밝혔다.
극중 재영은 아빠처럼 든든하면서도 다정한 인물이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은 요즘, 보기 드문 캐릭터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단순히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기 위해 배우의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했다. 특히 류수영은 소현의 아버지로 오해받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가졌다. 캐릭터를 오롯이 입기 위해 가졌던 연기적 고민은 무엇이 있었을까.
"캐릭터 빌드업을 누가 도와준다면 좋겠지만 혼자 하는 것이 습관"이라는 그는 "고독한 고민을 즐기는 편이다. 재영이 그저 보통의 친절을 가진, 오지랖 좁은 이로 보였으면 했다. 그래서 소현이 좁지만 따뜻해 보이는 재연의 '작은 오지랖'으로 들어온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소현과 재영의 선한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길 바랐다. 과하게 디테일한 전사는 오히려 캐릭터를 전형적으로 만들기 쉽다. 결국 배우 자신의 상상과 당위적 사고에서 나오게 마련이라 독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소현은 자신의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을 풀어나간다. 이야기의 끝에 서 있는 재영을 만나 엉킨 마음을 풀고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따스한 감동을 느꼈고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류수영은 "특별한 대본의 장치나 캐릭터적인 위장 없이도 소현이 스스로에게 속아 있었다는 걸 잘 드러냈다. 믿고 싶은 걸 믿게 되는 지점이다. 같은 사람도 보는 이의 선입견 때문에 좋게도 나쁘게도 느껴지는 것이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연기의 아쉬움은 늘 있다. 류수영은 "많이 까다로웠던 장면은 없었지만, 늘 아쉬운 장면은 많다. 말하는 순간 더 아쉬워지는 걸 알고 있기에 조용히 다시 한번 정주행 할 것"이라고 유쾌하게 답변했다.
1998년 SBS 드라마 '최고의 밥상'으로 데뷔한 류수영은 어느덧 현장의 선배 역할이 됐다. 그는 후배 연기자들에게 어떤 선배일까. 이에 대해 "선배가 아닌 그냥 동료가 되고 싶은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참견 말고 동참하는 선배로 기억된다면 좋겠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면서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사뭇 겸허한 모습으로 후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을 언급한 류수영이지만 실제 한 아이의 아버지인 만큼 김환희와의 부녀 '케미'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류수영은 데뷔 후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고 소통했다. 꾸준히 활동한 만큼 매너리즘을 겪기도 했을 터. 그는 "보여주는 직업이다 보니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은 늘 있다. 대중예술은 대부분의 경우, 반응이 결과가 되는 일이다. 매너리즘은 경계해야 하지만 또 받아들여야 다음번에 오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매너리즘이 온다는 건 그만큼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고 참 감사한 일"이라 전했다. 이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요즘"이라면서도 "다행히 최근에는 드라마와 '신상출시 편스토랑' '류수영의 동물티비'로 바빠 매너리즘을 느낄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류수영의 행보는 최근 예능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중이다. '편스토랑'에서 아마추어 이상의 요리 실력을 뽐내며 매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예능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또 다른 욕심은 없을까. 그는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은 '또 다른 얼굴'보다는 현재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지금 보여드리는 모습을 잘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지금의 최선"이라면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거듭 강조한 류수영이다.
현재에 잘 머무르기 위해서는 과거를 복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류수영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는 편이라면서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을 두고 "아직 인생의 절반도 안 지난 시점"이라 표현하면서 앞으로 채워질 무한한 가능성에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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