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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스키니 진을 입는다

입력
2021.06.04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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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충격적인 뉴스를 봤다. ‘요즘 애’들은 스키니 진이 촌스러워서 입지 않는다고 한다. 스키니의 대유행과 함께 성장한 나 같은 90년대 초반 생에게는 ‘네 취향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으로 다가와 충격적이었다.

일자바지, 통바지가 대세라는 것은 실감하고 있었다. 번화가를 지나다 보면 한참 어려 보이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헐렁한 통바지를 입고 다니곤 했다. 그래도 나는 스키니 진이 나한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끔 꾸미고 나가는 날에 일부러 꺼내 입었다. 그런데 ‘요즘애’들 보기에는 촌스럽다고? 이럴 수가. 나는 벌써 고인 물인가?

내 친구 역시 뉴스를 보고 화들짝 놀라, 가지고 있던 스키니 진을 고이 접어 옷장에 넣고 와이드 슬랙스를 주문했다고 한다. 평소에 스키니 진을 즐겨 입었지만, 이제는 못 입겠다고 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옷이니 옷장에 모셔놨다가 다시 유행이 돌아오면 꺼내겠다고 한다.

‘요즘 애’들의 유행에서 ‘요즘 애’였던 기억이 생생한데 시간이 참 빠르다. Z세대 보기에 촌스러울까 옷차림을 검열하는 신세라니. 하지만 ‘촌스러움’이라는 키워드는 강력했고 유행에 뒤떨어질까 걱정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를 효과적으로 자극했다. 뉴스에는 나처럼 깜짝 놀란 또래의 댓글이 가득했다. ‘아니다, 요즘 애들도 스키니를 입는다. 발목까지 쫙 붙는 것 대신 살짝 일자 느낌의 스키니를 입는 것뿐이다’라는 항변부터 ‘이렇게 세대 차이가 나다니... 내가 나이 들었구나’ 한탄하는 이들까지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나는 촌스럽지 않고 싶다. 세련되고 누가 봐도 괜찮은 스타일을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나도 스키니를 고이 접어 모셔둬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하나? 나는 좋아하는데 남들이 별로라고 하면 그만해야 하는 것인가?

물론 스키니의 유행이 좋은 영향만 끼쳤던 것은 아니다. 바지에 한 틈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던 시절, 몸에 맞지 않는 바지에 억지로 다리를 구겨넣어야 했던 많은 희생자들이 있었다. 불편해서 활동성이 좋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스키니 진의 퇴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던 시대가 가고 내 몸의 건강과 편함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영향도 일부 있겠으나 과다 해석일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 유행하는 패션이 80, 90년대 유행과 똑 닮아 있기 때문에 그냥 패션이라는 것은 때 되면 돌고 도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10년쯤 지나거나 블랙핑크 제니라도 입고 나오면 스키니가 다시 유행할 수도 있겠지.

감히 변호하겠다. 최신 유행은 아닐지라도 나는 스키니 진이 좋다. 옛날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좋다.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나한테는 크게 안 불편하고 유행이 지났다지만 나한테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니 유행이든 아니든 계속 입겠다. 좋아하는 것이 유행이 지나 망설이는 또래가 있다면 고한다. 비단 스키니뿐만이 아니다. 매사에 마음이 시키는 것을 따르고 시시각각 바뀌는 유행에 취향을 의탁하지 말자. 어차피 세상은 계속 변하니 변하게 계속 두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자. 취향은 개인적인 것이고 호불호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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