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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빠져든 그림의 세계 "에너지 작가로 불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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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빠져든 그림의 세계 "에너지 작가로 불리고 싶어요"

입력
2021.06.09 0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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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연구원에서 은퇴 후 한국화가가 된 박수억씨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이즈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작품은 장지에 먹과 금분을 사용해 완성한 '삶'. 전시는 8일까지. 배우한 기자

에너지 연구원에서 은퇴 후 한국화가가 된 박수억씨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이즈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작품은 장지에 먹과 금분을 사용해 완성한 '삶'. 전시는 8일까지. 배우한 기자


“40대 들어 친구들이 골프를 해서 같이 다녔는데,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대신 평소 관심 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이즈에서 만난 박수억(68) 화백은 에너지 연구원으로 40년 가까이 일해온 '에너지 전문가'다. 그런 그가 은퇴 후 현재 한국화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날은 그의 일곱 번째 개인전 ‘현과 빛’이 개최되는 날이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1981년에 입사해 2018년 퇴직까지 한 직장에서 일하며 에너지를 연구해온 그가 그림에 눈을 돌리게 된 건 40대 중반쯤이다. 어렸을 때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일찌감치 포기했다. 어른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미술은 그의 곁을 계속 맴돌았다. “집에서 혼자 사군자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목원대 미래창의평생교육원에 다니게 되었어요. 퇴근하고 간 거라 피곤할 법도 한데, 한 번도 지루했던 적이 없어요. 그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본 직업이 연구원인 까닭인지 미술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박 화백은 “배워도 배워도 충족이 안 되니까 중국의 유명 그림 50점, 우리나라 그림 50점을 모아 임모작(있는 그대로 묘사)을 했다”고 했다. 미술 공부에 빠져 2016년(한국화 미술사)과 2019년(명화 찾아 떠나는 동양화 감상)에는 책까지 냈다.

뒤늦게 뛰어든 세계였지만 성과가 좋았다. 2016년 대전시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거머쥐며 한국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화가로 사는 인생 2막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박 화백은 “퇴직한 60대는 소외감을 느껴서인지 화를 잘 내는 편인데, 그런 게 없다. 그림 덕에 즐겁게 살고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에너지를 형상화한 박수억 화백의 'Relation'. 배우한 기자

에너지를 형상화한 박수억 화백의 'Relation'. 배우한 기자


오랜 기간 에너지를 연구해온 터라, 그의 그림에는 에너지가 자주 등장한다. 이번 개인전에 전시된 ‘Relation(릴레이션)’의 경우, 막힘 없이 흘러가는 에너지를 표현했다. 이 밖에도 폭발 직전의 에너지를 형상화한 그림 등을 그린다. 긴 시간 함께해온 에너지와 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같았다. “'에너지 작가'로 불리면 좋겠어요. 38년간 연구했던 에너지를 그림으로 승화시키고 싶었어요. 곧 70세가 되지만 힘이 닿는 대로 해외에서도 많은 전시를 했으면 합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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