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시장, 中 캠퍼스 옆? '자유 홍콩' 거리?
中 “개인의 정치적 의도” 폄하, 매몰찬 반격 자제
헝가리는 EU의 몇 안 되는 우군...자극할라 조심
6·4톈안먼시위 32년, 홍콩 이슈 부각은 中 부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시장이 또다시 중국을 향해 반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중국에게 가장 민감한 홍콩을 건드렸다. 그런데 중국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매몰차게 맞받아칠 법도 하건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불편한 심기를 애써 억누르고 있다. 중국은 어쩌다 발목이 잡혔을까.
중국 상하이 푸단대는 2024년까지 부다페스트에 분교 캠퍼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그러자 게르겔리 카라소니 시장은 2일 캠퍼스 예정 부지 인근 거리를 ‘자유 홍콩’이라고 명명했다. ‘위구르 순교자’, ‘달라이 라마’ 등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도로명도 함께 등장했다. 카라소니 시장은 지난달 세계보건총회(WHA)를 앞두고 트위터에 대만의 옵서버 참석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사건건 중국을 물고 늘어지는 눈엣가시인 셈이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중국의 가장 확실한 우군이다. EU에서 가장 먼저 중국 백신을 도입했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줄곧 중국 편을 들었다. 올 1분기 양국 교역은 전년 대비 65% 늘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4월 페이스북 계정에 “미국 화이자보다 중국 시노팜 백신이 낫다”고 올려 빈축을 샀다.
따라서 중국은 헝가리에 날을 세울 수 없는 처지다. 중국 대학의 해외 분교가 많은 것도 아니다. 6,00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푸단대 캠퍼스는 2012년 쑤저우대(라오스 비엔티안), 2014년 퉁지대(이탈리아 피렌체), 2016년 샤먼대(말레이시아)의 맥을 잇고 있다. 중국 언어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공자학원이 미국과 유럽의 퇴출운동에 막혀 80여 곳이나 문을 닫은 상황에서 자칫 헝가리와 사이가 틀어지면 중국에게 치명타나 마찬가지다.
이에 중국은 카라소니 시장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야권 정치인의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4일 카라소니 시장을 ‘난봉꾼’이라고 칭하면서도 더 이상의 비난은 삼간 채 “헝가리는 중국과 가장 우호적”이라며 “중국 흠집내기로 여론을 오도해 정치적 내분을 조장하려는 술책”이라고 일축했다. 격하게 반발할 경우 카라소니 시장의 입지가 강화돼 친중 성향인 헝가리 정부의 부담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6·4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2주년을 맞아 홍콩이 자꾸 거론되는 것도 중국은 껄끄럽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톈안먼 사태에 대해 “1980년대 말에 일어난 정치적 풍파”라며 “당시 중국은 완전히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선을 그었다.
홍콩 정부가 일찌감치 집회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주최 측인 홍콩 시민지원 애국민주운동연합회 초우항텅(鄒幸?) 부주석이 이날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개인 자격으로라도 매년 집회를 열었던 홍콩 빅토리아 공원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AFP통신 등은 “공안조례(공공질서조례) 위반 혐의로 체포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홍콩 보안국은 불법행사에 참여할 경우 5년 이하, 홍보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정부는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전역에 경찰 7,000여 명을 배치하고 공원 주변을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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