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죄로 벌금 100만원
1·?2심 선고 이어 대법원 원심 유지
“사실 죽은 사람한테 이런 얘기는 미안한데, 그 분이 어느 정도냐면 팀장이 힘들어서 입이 돌아갔다는데. 속된말로 할 줄 아는 게 영어밖에 없고, 업무에 대한 기여가 전혀 없고….”
극단적 선택을 한 B씨를 두고 A씨가 꺼낸 말
지난 2016년 7월 한 회사의 안전관리실장이던 A씨는 직장 동료들 앞에서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 B씨 얘기를 꺼냈다. 그는 “(B씨가) 일을 하면 ‘제가 해야 됩니까’ 이런 식이었단다. 같이 일하던 팀장이,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입 돌아가는 구완와사가 왔다고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늘어놓았다.
사실 A씨는 B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B씨와 함께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언급된 팀장 C씨도 그는 잘 알지 못했다. 사내 어디에선가 들은 풍문을 그냥 옮긴 것이다. A씨는 “고인에게 이런 말 미안하긴 한데, 죽은 분이 조직에 적응을 잘했다면 돌아가셨겠냐. 부적응 직원이야, 부적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의 '가벼운 말'이 B씨 유족에 입힌 상처는 컸다. 2005년 이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해, 2015년 비로소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B씨는 이듬해 돌연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 배경엔 사내 성희롱 문제가 있었다. 2012년 소속 팀장 D씨한테서 성희롱을 당하며 고충을 겪었던 것이다. B씨는 2016년 우울증 진단을 받고,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
A씨는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나, ‘피해자가 적응을 못 했다’는 부분은 의견 표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또 “부서 직원들이 숨진 B씨를 둘러싼 소문에 휩쓸리지 말고, 업무에 집중하길 바라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1심은 ‘부적응 직원’이란 발언은 무죄, ‘팀장 입이 돌아갔다’는 발언은 유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와 팀장 C씨가 근태 문제로 일부 마찰을 빚은 건 사실이나, C씨의 조음장애는 2013년 시작돼 B씨와의 업무 마찰로 인해 초래됐다고 볼 순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적응 직원’이란 말은 명예훼손죄 성립을 위한 ‘사실적시’로 보긴 어려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피해자의 사망으로 슬픔에 빠져 있는 친족들이 A씨 발언으로 인해 크나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도 “원심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며 벌금형을 유지했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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