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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몇이나 알까

입력
2021.06.06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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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문 대통령 소통부재, 전 정권과 다를 바 없어
파당적 정치, 언론 환경 탓으로 돌려선 안 돼
적당한 긴장관계 레이건 사례 참고해볼 만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지지도는 임기 중 부단하게 오르락내리락한다. 지지도 등락이 무척 컸던 대통령으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걸프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 지지도가 90%에 육박했지만 임기 말이 되도록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지지도는 폭락했고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초에 하나회를 해산하고 금융실명제를 시행했을 때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나 차남이 구속되고 경제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자 지지도는 폭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에 지지도가 80~90%에 이르렀다. 부시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지도의 고점(高點)을 찍었을 때는 걸프 전쟁 승리와 금융실명제 실시 같은 업적을 낸 이후였다. 반면에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점을 찍었을 때는 새 정부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따라서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는 기대를 반영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에 지친 국민들이 문 대통령은 다를 것이라 생각하고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 참모진과 함께 커피잔을 들고 청와대 뜰을 거니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문 정부의 이 같은 모습이 허상이었음은 이제 분명해졌다. 문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일 때 제일 강조했던 것이 국민통합과 소통이었다. 국민통합은 워낙 어려운 과제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현 정부는 그들이 그렇게 강조하던 소통에도 실패했다. 정부와 여당은 파당적 정치와 파당적 언론 환경을 탓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 정부의 소통 회피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언론 앞에 나서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에 얼마나 진지하게 답하느냐가 대통령제 정부에서의 소통의 핵심이다. 기자회견을 회피하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자신이 불통이라고 비판했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보다 나을 것이 없다. 대통령이 그렇다면 대변인이라도 언론과 자주 소통해야 하는데, 불쑥 나와서 입장을 밝히고 들어가 버리는 식이다. 대통령과 대변인이 언론을 대하는 자세가 이러니까 기자들도 메시지를 받아 적는 데 주력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관록 있는 기자가 청와대에 출입할 이유가 없고, 대통령은 기자 개개인을 알 수 없다. 얼마 전 미국 방문 중이던 문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 여기자를 찾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그 장면은 받아 적기만 하는 청와대 기자실에 익숙해진 한국 대통령과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다. 주요 방송사 기자의 이름을 불러 그들의 질문을 듣고 답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크게 비교가 되고 말았다.

1970년대 말부터 10여 년간 백악관을 출입했던 ABC 방송의 샘 도널슨이란 유명한 기자가 있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에게 고약한 질문을 많이 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럼에도 레이건은 그가 질문할 기미가 보이면 "샘"이라고 이름을 불러서 질문을 하도록 했다. 한번은 도널슨 기자가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데 그 책임을 왜 지난 민주당 정부 탓으로 돌리느냐?”고 물었다. 뾰족하게 답변할 수가 없었던 레이건 대통령은 ”내가 오랫동안 민주당원이어서 그랬다“고 농담조로 받아 넘겨서 모두가 크게 웃었다. 은퇴한 언론인 샘 도널슨은 고인이 된 로널드 레이건을 생각하면서, 그가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회고했다. 대통령과 기자와의 관계가 어때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지 않는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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