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포항 스틸러스 팬 김성운(9·지곡초3)군은 지난달 3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음료 캔을 밟아 ‘승리의 골(GOAL) 수거함’에 넣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포항이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아 ‘스틸야드 탄소저감 캠페인’ 일환으로 포스코엠텍과 함께 축구골대 모양의 폐 알루미늄 수거함을 제작, 관중들에게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알리는 행사에서다.
"축구장에서 배웠어요, 지구 살리는 법"
이날 성운군을 포함한 많은 팬들은 △캔 속 내용물은 비우고 △발로 밟아 부피는 줄이고 △이날의 예상 승리팀이 적힌 수거함에 캔을 넣는 방식으로 재미를 더한 이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게임 하듯 캔 분리수거를 마친 성운군은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배웠다”며 “쉽고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집이나 학교에서도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자녀와 함께 이 행사에 참여한 부모들 반응도 좋다. 성운군 부친 김대헌(40)씨는 “축구장에 와서 요즘 사회적 이슈인 탄소중립에 대한 교육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환경보호 실천을 경기장에서 새삼 깨닫게 됐다는 게 김씨 이야기다. 포항 관계자는 “수거함을 통해 모은 알루미늄 배출량에 따라 기금을 적립, 시즌 종료 후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할 계획”이라며 “응원도구로 쓰이는 클래퍼도 코팅이 돼 있던 과거와 달리 100% 종이로 제작, 분리배출 및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재활용 불가' 쓰레기 마구 배출돼 온 경기장
이 같은 변화는 경기장 내 쓰레기 배출량에 대한 고민이 적었던 과거에 비해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한층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재작년 본보가 FC서울 홈 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주말 경기 쓰레기 배출 실태를 점검한 결과, 약 1만8,000명의 관중이 들어찬 경기에서 배출된 쓰레기는 약 5톤이었다. 환경부가 2017년 내놓은 ‘제5차 전국폐기물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축구장 8곳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쓰레기는 총 1,342톤으로, 그중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지는 폐기물은 무려 62.4%(839톤)였다.
당시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의 구단은 물론 프로스포츠 단체, 관중들도 일회용품 줄이기 또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고민이 적었지만, 이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한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움직임,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흐름과 맞물려 스포츠계도 환경 보호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탄소중립 리그’ 선언으로 국내 프로스포츠단체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을 논했고, 구단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선수 용품, 팬 기념품도 대세는 '업사이클링'
제주 유나이티드는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로 활용한 ‘노 플라스틱(No plastic)’ 댄스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고, 그간 관중들의 개인 차량 이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대중교통 비용을 지원했던 대전하나시티즌은 올해 경기장 안팎 쓰레기를 줍는 ‘줍깅(줍기와 조깅의 합성어) 챌린지’를 실시하는 등 팬 참여 프로그램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서울이랜드는 최근 홈경기 때 아름다운 가게 부스를 설치,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부받고 구단 상품을 선물로 줬다.
선수 용품과 구단 상품 제작에도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뜻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대세가 됐다.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아디다스가 제작한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유니폼을 착용하고, 수원 삼성 선수들도 플라스틱 재활용 스타킹을 착용한다. 프로야구에서도 롯데 자이언츠 홈 구장인 사직구장 안팎에 분리수거를 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분리수거함’이 설치돼 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관계자는 “프로스포츠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한 환경 보호 운동은 세계적 추세”라며 “국내 프로구단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다방면으로 도울 것”이라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