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마늘을 먹는다고? 그게 가능한가."
2002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세계 최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는 것이 온 국민의 관심사이던 그때, 의성 축산인들의 지상과제는 소에게 마늘먹이기였다. ‘마늘 먹인 소’는 마늘을 이용한 명품 축산물 생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사실 쉽게 생각했다. 뭐든 잘 먹고 성격이 온순한 짐승 아닌가. 처음에는 마늘대를 사료에 넣었다. 소가 거부했다. 마늘 껍질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대학(건국대학교)에 어떻게 먹이면 좋을지 연구를 의뢰했다. "마늘 분말을 사료에 첨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적정량에 대한 데이터도 얻었다. 너무 많이 넣으면 소가 사료를 꺼렸고, 먹었다 해도 육질이 검어졌다. 2004년부터 사료에 마늘 분말을 섞어 먹이기 시작했다. 마늘을 보관하고 가공해서 분말로 만들어 건조한 뒤 이를 사료공장에서 일반 사료와 섞는 것은 의성 축협의 역할이었다. 건조한 분말을 냉동보관하기 위해 저온 창고도 지었다.
마늘소의 정의도 만들었다. '축협이 인정한 마늘소 사료를 6개월 이상 먹인 소'를 마늘소로 인정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사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건초배합혼합사료(TMR)에 분말을 섞어서 먹이고 있다. 일반 사료로 먹이면 사료 외에 건초를 따로 먹여야 하는데 혼합사료는 그럴 필요가 없다.
마늘소의 장점은 탁월하다. 우선 소가 건강하다. 마늘이 항균 작용을 하기 때문에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다. 무항생제를 증명하는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마늘 사료를 먹여서 키운 소는 정액을 채취해서 검사해보면 보통 소와 비교해 정자 수가 15% 정도 더 많다.
전국에서 이름난 한우 브랜드는 대부분 지명을 따른다. 한번은 특정 지역에서 자란 한우가 뛰어난 이유를 물었더니 그 지역의 일교차가 커서 육질이 탄탄하다고 했다. 언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마늘을 먹인다는 뚜렷한 차별점을 가진 마늘소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 외에도 마늘을 먹인 돼지가 있다. 마늘포크는 모 대형마트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마트에서는 이전까지 다른 품목은 모두 성공했으나 유독 축산에서는 늘 적자를 기록했는데 마늘포크가 상황을 역전시켰다. 소든 돼지든 마늘을 먹이면 확실히 육질이 다르다.
마늘소 탄생 20년을 앞둔 즈음 우리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의성군위 지역에 공항이 들어서기로 확정된 덕분이다. 축산인들 사이에서도 유럽과 미주에 운항하는 항공기를 띄울 만큼의 활주로 길이(3.7㎞급 대형 활주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소 키우는 사람들이 왜 뜬금없이 활주로 운운하느냐고 하겠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한우를 세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장거리 직항 비행기가 반드시 필요한다. 당장 와규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세계 주요 도시로 곧장 날아가는 비행기가 있어야 한다. 월드컵 4강에 히딩크가 필요했듯이, 마늘소의 세계 진출에는 적정 규모의 활주로가 필수다. 요컨대 마늘소의 미래는 대한민국을 넘어, 와규를 넘어,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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