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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의 야구민국] 대구고 야구부 "기계적 훈련보다 목표 의식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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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의 야구민국] 대구고 야구부 "기계적 훈련보다 목표 의식 중요"

입력
2021.06.05 15:20
수정
2021.07.2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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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 야구부, 2000년 이후 메이저 대회 7회 우승
훈련이 힘들기로 유명… 매력으로 여기는 선수도
손경호 감독 "능동적이고 친화력이 좋은 선수 선호"


대구고 야구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구고 야구부는 몇 년 사이 지역의 터줏대감 경북고등학교와 상원고(舊 대구상고)의 틈을 비집고 전국구 명문 고교 야구팀으로 우뚝 섰다. 박상은 기자

대구고 야구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구고 야구부는 몇 년 사이 지역의 터줏대감 경북고등학교와 상원고(舊 대구상고)의 틈을 비집고 전국구 명문 고교 야구팀으로 우뚝 섰다. 박상은 기자


수도권으로의 인적 자원 쏠림현상이 뚜렷한 것은 정치, 경제뿐만은 아니다. 아마 스포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수한 자원은 일찌감치 서울행을 서두른다. 이런 상황에도 아마 야구계에서 전국구 강팀으로 이름이 빠지지 않는 팀이 있다. 아마 야구계의 신흥 강호 대구고 야구부이다. 대구고 야구부는 몇 년 사이 지역의 터줏대감 경북고등학교와 상원고(舊 대구상고)의 틈을 비집고 전국구 명문 고교 야구팀으로 우뚝 섰다.

대구고 야구부는 2000년 이후 메이저 대회로 통하는 대통령배, 황금사자기, 봉황대기, 청룡기에서 일곱 번이나 우승했다. 그 외 전국체전과 명문고 야구열전 우승까지 포함하면 총 9회 우승, 준우승 3회의 성적을 거두었고, 20년간 전국대회 결승전만 12회 진출했다.

연습량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 설정과 동기 부여

대구고는 전국대회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대구고만의 내실있는 훈련을 첫손에 꼽았다. 일단 양으로 압도한다. 손 감독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대구고는 훈련이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중학생 선수들 사이에서는 "해병대 저리 가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렇다고 양으로만 승부하는 건 아니다. 손 감독은 훈련량의 바탕 위에 목표 설정과 동기 부여도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동기 부여가 확실한 선수는 그렇지 않은 선수와 비교해 훈련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확연히 다르다"면서 "아무리 연습 양이 많아도 설렁설렁해서는 기대한 성과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고 야구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지켜보면 손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흔한 말이지만 '훈련을 실전처럼 하는 팀'의 전형을 꼽으라면 대구고 야구팀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스윙 연습을 100개 넘게 한다고 해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혼을 불어넣고 스윙을 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는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왜 이 연습을 하는지 인식시켜주고,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주면 공 하나에도 혼을 실어 던진다는 '일구일혼(一球一魂)'까지는 아니더라도 설렁설렁하는 모습은 말끔하게 사라집니다."

대구고가 자랑하는 연습벌레는 키움에서 활약 중인 신준우 선수다. 신 선수는 입학 당시 훈련을 많이 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대구고를 지원한 경우다. 현재 대구고에는 '리틀 신준우'가 여럿이다. 신 선수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대구고는 능동적이고 의지가 강한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그 다음으로 친화력이 높은 학생에게 큰 점수를 매긴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우수한 선수가 있으면 승리하기에 훨씬 수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아무리 우수한 선수가 몰려 있어도, 조화를 이루어 내지 못하면 그 팀은 이길 수 없습니다. 그게 야구입니다. 우리 선수들에게 ‘야구는 팀스포츠’라고 늘 강조합니다."

공정성 또한 대구고의 매력이다. 3학년 선수의 경우 진학이나 프로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어 어느 정도 출전 시간을 배려해주지만, 연습경기와 친선경기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주전 멤버를 정한다. 성적을 정리해 데이터화 해서 기숙사와 연습장 입구에 게시한다. 출전과 관련한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책이다.

삼성라이온즈 김용달 타격 코치의 특별지도로 실력 급성장

뚜렷한 팀 운영철학에서 드러나듯 지금의 대구고가 있기까지 손 감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손 감독은 2015년 9월에 대구고에 부임했다. 부임 초기에 중학교에서 지도했던 제자들이 스승을 믿고 대구고 야구부로 함께 와 주어서 팀을 꾸려 나갈 수 있었다. 과도기도 있었다. 부임한 이듬해 선수 수급에 애를 먹었다. 각오한 일이었다. 한 학년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손 감독은 과도기를 2~3년 정도 예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일찍 기회가 찾아왔다.

2018년, 한해의 마지막 대회이자 3학년들이 빠지는 전국체전에서 2학년을 데리고 시동을 걸어 이듬해에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거머쥐자는 전략을 짰는데 뜻밖에도 2018년 첫 메이저 대회인 황금사자기에서 결승까지 치고 올라갔다. 손 감독은 "실력보다는 자신감이 이변의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코치 운도 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타자 쪽에서 몇몇 선수가 급성장을 했어요. 현재 삼성에서 타격 코치를 맡고 있는 김용달 코치 덕분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 타격 특강을 해주었는데, 그게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이후로 메이저 대회에서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대회 우승 후 선수 수급 상황은 조금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지역에는 경북고, 상원고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다. 손 감독은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동문들의 열정적인 야구 사랑, 대구고의 오랜 전통

그럼에도 성적 위주의 팀 운영은 지양한다. 학생 야구인 만큼 그 취지에 맞추서 팀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손 감독은 "프로야구팀을 위한 프로선수 양성소가 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선수가 프로 선수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럴 필요도 없구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선수, 추후 지도자를 목표로 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감독이기에 팀 성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선수 개개인의 진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복합적으로 맞추어 팀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지도자이자 교육자로서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배의 균형을 잡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대구고 동문들의 야구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와서 지역 예선에서 펼쳐지는 라이벌전 보고 가는 동문도 있고, 해외에서 유튜브로 전국대회 보고 연락하는 동문도 있다. 야구장에서 교가를 부르면서 응원하는 건 약과다. 전국대회에 출전해 서울에 올라가면 재경 동문회나 기수별 선배들이 돌아가면서 인근 호텔 뷔페나 유명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책임진다. 수십년 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전통이다.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동문들의 야구 열정이 하나의 전통으로 여겨질 정도다. 손 감독은 "동문들이 야구부 지원 밴드를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고 야구부 후배들을 지원을 하고 있는 곳은 대구고가 유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문들의 열정은 감독에게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 심지어 대구고 야구부 감독의 첫 번째 고충으로 동문들의 유별난 야구 사랑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손 감독은 그 부분에서 대해서 "무조건 감사한 일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팀이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쓴소리가 나오기 마련이죠. 특히 지역 라이벌인 경북고와의 경기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동문들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솔직히 신경이 쓰이지만 반대로 경기장에 동문 한명 없이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허전할까요. 항상 동문들이 나오셔서 응원해주시고 경기 승패에 상관없이 교가를 함께 부를 수 있는 동문이 경기장에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열정적인 동문과 라이벌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교가'를 부르고 난 후 눈빛이 달라진 선수들

때로 교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가 된다. 패배 후 교가를 부를 때다. 손 감독은 "실제로 경기에서 지고 난 후 선수단과 동문들이 함께 교가를 부른 적이 있다"면서 "그날을 이야기하면 선수들의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

올해는 '슬픈 교가'를 부를 일이 없을 것 같다. 선수들이 탄탄하다. 3학년 두정민 선수를 중심으로, 192cm 장신에 투타 겸업해 '대구고 오타니'로 불리는 전영준 선수,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던질 수 있는 권성남, 이재명 등 특히 3학년에 우수한 자원이 많다. 2학년에는 올초 구속 150km를 돌파한 우완 이로운 선수, 사이드암 투수로 구속 143km를 넘나들면서 날카로운 제구력을 자랑하는 김정운 투수, 좋은 하드웨어에 허슬플레이 호쾌한 장타가 매력인 이한서가 있다. 1학년 중에도 190cm 넘는 장신에 정교하고 파워 넘치는 타격이 매력인 차세대 거물 포수로 손꼽히는 박우열 선수도 주목해볼 만한 선수다.

올해 첫 전국대회인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대회가 6월1일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토너먼트제 대회다. 프로와 비교해 빼어난 플레이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뛰는 차세대 야구 스타들의 순수한 열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근성 있는 야구, 끝날 때까지 스스로 끝내지 않는 야구를 선보이겠습니다. 경기장에 오셔서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3학년 전영준 선수. 192cm 장신에 투타를 겸업해 ‘대구고 오타니’로 통한다. 박상은 기자

3학년 전영준 선수. 192cm 장신에 투타를 겸업해 ‘대구고 오타니’로 통한다. 박상은 기자


3학년 이재명 선수. 장래가 촉망되는 투수다. 박상은 기자

3학년 이재명 선수. 장래가 촉망되는 투수다. 박상은 기자


3학년 두정민 선수. 주장이자 중심 타자다. 박상은 기자

3학년 두정민 선수. 주장이자 중심 타자다. 박상은 기자


3학년 권성남. 투수 부문에서 팀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3학년 권성남. 투수 부문에서 팀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이로운 선수. 올해 초 구속 150km를 돌파했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이로운 선수. 올해 초 구속 150km를 돌파했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장준혁 선수. 강속구로 상대팀 타선을 제압한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장준혁 선수. 강속구로 상대팀 타선을 제압한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신경민 선수. 투수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신경민 선수. 투수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이한서 선수. 체격도 좋고 “틀이 잡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자로서 장래가 촉망받는 선수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이한서 선수. 체격도 좋고 “틀이 잡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자로서 장래가 촉망받는 선수다. 박상은 기자


2학년 김정운 선수. 사이드암 투수다. 별명이 ‘핵잠수함’이다. 박상은 기자

2학년 김정운 선수. 사이드암 투수다. 별명이 ‘핵잠수함’이다. 박상은 기자


1학년 박우열 선수. 190cm 넘는 장신에 정교하고 파워 넘치는 타격이 매력이다. 차세대 거물 포수로 손꼽힌다. 박상은 기자

1학년 박우열 선수. 190cm 넘는 장신에 정교하고 파워 넘치는 타격이 매력이다. 차세대 거물 포수로 손꼽힌다. 박상은 기자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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