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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막히고 푹 꺼지고…휠체어·뚜벅이 진땀나는 일산 보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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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막히고 푹 꺼지고…휠체어·뚜벅이 진땀나는 일산 보행로

입력
2021.06.04 07:00
수정
2021.06.04 12:47
12면
0 0

김완규 고양시의원 100일간 1200㎞ 걷기?
보도 중간 전신주·가로수·쓰레기 불편 초래
학교 앞 보행로 실종돼 차와 뒤섞여 등하교
"계획도시 환경 이정돈데 다른 도시들은…"

고양 일산서구의 한 횡단보도와 보행로 사이의 진입턱. 높이가 10~20cm로 높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도저히 다닐 수 없게 돼 있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고양 일산서구의 한 횡단보도와 보행로 사이의 진입턱. 높이가 10~20cm로 높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도저히 다닐 수 없게 돼 있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여정 첫날이던 2월 15일.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횡단보도를 작정하고 들여다보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반듯해야 할 곳에 턱이 있었다. 높이가 20㎝에 달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저길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맞은편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한 장애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한참을 돌아 보행로로 올라섰다.

며칠 뒤엔 보도블록이 툭 튀어나오거나 폭 꺼진 채 방치된 우둘투둘한 길도 만났다. 포장이 뜯겨나가 자칫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길도 여러 차례 지나쳤다. 보행로 중간에 가로수, 전신주가 떡 하니 선 보도에선 행인들이 어깨를 웅크리고 지났다. 두 명이 한꺼번에 지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이 길의 주인은 누구인가.’

고양 일산서구 일헌로 한 보행로의 진입턱이 높아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워 보인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고양 일산서구 일헌로 한 보행로의 진입턱이 높아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워 보인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국내 1기 신도시 중의 하나인 경기 고양시 보행로 1,200㎞를 직접 걸은 김완규 고양시의원이 ‘고양 보행로 보고서’를 냈다. 지난 2월 15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00일간 일산신도시를 중심으로 매일 10여㎞씩 시 전역을 걸으면서 기록한 글이다.

그는 3일 “뚜벅이(주로 걸어 다니는 사람)도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걷기 시작했다”며 “직접 걸어보니 ‘계획도시’ ‘신도시’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기에 만난 그 길들은 후반부에 학교 앞에서 목격한 보행보도에 비하면 양반이다. 일산서구에 있는 현산중 정문 앞에선 보행로가 끊겨 있었다. 그는 “지금 있는 보도도 등하굣길의 많은 학생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며 “인도가 없어 학생들이 차와 뒤섞인 채 차도를 걸어 다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쌓인 길, 불법 주차 차량이 점령한 보행로, 아무런 보행자 안전망 없이 진행 중인 산책로 공사장 등 ‘보행로’라는 이름이 무색한 길이 많다.

경기 고양 일산서구 덕이동의 한 보행로. 전신주와 가로수가 막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오갈 수 없게 돼 있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경기 고양 일산서구 덕이동의 한 보행로. 전신주와 가로수가 막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오갈 수 없게 돼 있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김 의원은 “보행 약자에게도 걷기 편한 환경은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며 “그러나 장애인 유도표시가 없다든가 턱이 높아 장애인들의 이동을 가로막는 사례는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고양시정연구원이 지난 3월 발행한 ‘고양시민 이동행태 및 보행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보행로에 있는 각종 장애물로 시민의 삶 만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로 만족도 질문에 불만족이 23.8%, 만족이 23%로 집계됐다. 횡단보도 턱 상태에 대한 항목에서 만족스럽다고 답한 사람은 4명 중 1명꼴인 24.8%에 그쳤다. 보도블록 상태에 대해서도 23.5%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쓰레기 더미에 가려 비좁아진 고양 일산서구 덕이동의 한 보행로.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쓰레기 더미에 가려 비좁아진 고양 일산서구 덕이동의 한 보행로.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김 의원은 “계획도시, 신도시 내 보행환경이 이 정도면 일반 도시의 사정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각 지자체가 행정을 펼치면서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고 고양시에도 대책 마련을 요구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 일산서구 탄현동 보행로. 보도블록이 튀어나오거나 꺼져 보행로가 울퉁불퉁하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고양 일산서구 탄현동 보행로. 보도블록이 튀어나오거나 꺼져 보행로가 울퉁불퉁하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고양 일산서구 일산1동 현산중학교 앞 보행로가 끊겨 있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고양 일산서구 일산1동 현산중학교 앞 보행로가 끊겨 있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김완규 고양시의원. 고양시의회 제공

김완규 고양시의원. 고양시의회 제공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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