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교수, 고작 2명이 주말도 없이 24시간 교대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어요."
"의사가 부족하다니 정부에서 파견을 보내줬는데, 전공의 과정을 끝낸 지 너무 오래돼서 기관삽관이나 중심정맥관 삽입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성적인 의사 인력 부족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정원 확대 등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3일 '의료현장 실태조사'를 내놨다.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의사인력 정원조차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A국립대병원은 전문의 정원이 454명인데 고작 297명밖에 없었다. 157명이나 부족한 것이다. B사립대병원도 전문의 정원은 132명이었지만 60명만 채웠다. 절반도 안 되는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셈이다. 전공의, 인턴도 마찬가지였다. C국립대병원은 전문의 정원이 182명인데 현원이 85명에 그쳤고, D국립대병원은 인턴 정원이 43명인데 현원은 28명이었다.
보건노조는 의사 수 부족이 파행적 진료로, 파행적 진료가 결국 환자에게 피해로 간다고 지적했다. 환자들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진료나 처방이 지연되는가 하면, 의사가 없어서 응급수술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응한 보건의료인들은 "평상시에도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데 코로나19까지 장기화되면서 인력난이 더 심해졌다"며 "코로나19 업무 때문에 우수한 의사들이 나가버리고,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인턴이 투입되다 보니 코로나 검사를 하다 점막에 손상을 입힌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의사 업무는 간호사가 대신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다른 보건의료인은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중에 '처방 내는 법'이 있을 정도로 의사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직종 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의사인력 확충은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이며 국민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적 과제"라며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과 같은 의사인력 확충정책을 과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3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보건의료노조 소속 93개 지부 10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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