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퇴진' 요구하는 헬릭스미스 주주 인터뷰
"임상 성공 여부 떠나 '오너 리스크' 없애야"
7월 임시 주총서 경영진 해임 안건 통과 방침
주가가 폭락한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와 주주들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2019년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3-1상 실패 이후 무리한 유상증자, 위험자산 투자 등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헬릭스미스 창업주인 김선영 대표는 내년 10월까지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주가가 10만 원을 넘지 못하면 보유 주식 전부를 회사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주주들은 김 대표가 임상에서 손을 떼고 즉시 물러나길 요구하고 있다. 다음달 14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를 포함한 이사 전원을 해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에 김 대표는 3일 주주 간담회를 열어 엔젠시스 임상 중단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3-2상을 차질없이 진행 중이고 임상 환자들의 6개월 치료 및 추적관찰을 마치는 내년 중순 이후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 다르지 않다. 김 대표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피력하지만 주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달 1일 서울 서초구 회명합동법률사무소에서 만난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자문 배진한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이기도 한 그는 "엔젠시스 임상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는데, 중요한 건 오너 리스크를 막는 것"이라며 경영진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영진과 어쩌다 이렇게까지 감정의 골이 깊어졌나.
"가장 큰 문제는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인한 불신이다. 2019년 1,469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을 당시엔 2년간 추가 유상증자는 없다고 해놓고 지난해 또 유상증자를 실행했다. 주주들은 김 대표가 유상증자에 참여 못하면 유승신 대표라도 참여해 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어떤 오너가 시장에 대해 한 약속을 이렇게 대놓고 번복하나.
-임상 실패보다 유상증자 불신이 경영진 퇴진 요구로 이어졌나.
"지난해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를 직접 찾아갔지만, 출입금지라며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주주가 돈을 투자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주주들을 돈 나오는 현금인출기처럼 다루니 다들 분통이 터진 것이다. 처음엔 투명하게 회사 상태를 알려달라는 요구였지만 불통이 길어지면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헬릭스미스가 일부 주주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후 갈등이 더욱 고조됐다. 김 대표는 "주주가 아닌 허위사실 작성자를 고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임 안건을 다룰 임시 주총을 앞두고 본인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고소를 악용한 것 같다. 많은 주주들의 삶이 망가졌는데, 고소 소식에 더 분개하고 있다."
-주주들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3-1상 실패로 회사가 800억 원을 날린 후 수 많은 주주들이 실직이나 파산, 이혼, 자살 등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회계사부터 택배기사, 막노동하는 분까지 직업도 사연도 다양하다. 한 가장은 생일이라고 가족들 데리고 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메뉴판을 보다가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자신의 처지에 눈물이 났다고 한다. 자식들을 위해 모은 돈으로 주식을 샀다가 휴지조각이 되서 죽는 날만 기다리는 시골 할아버지도 있다."
-김 대표가 보유 주식 출연이라는 약속을 내걸었는데, 주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오너가 주가를 끌어올리겠다 공약하는 건 자본시장법 위반 아닌가 싶다. 임상은 물론 성공할 수도 있다. 임상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히라는 것이 주주들의 요구다. 또 내년 10월까지 임상 성공하겠다며 기간을 못 박았는데 그럼 그 때까지 임상에 필요한 돈은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결국 또 주주들에게 손 벌리게 되지 않겠나. 엔젠시스 임상이 언제 최종완료될지, 임상 이후엔 어떤 식으로 사업을 벌일지도 알 수 없다. 내년 10월이 되면 또 다른 핑계를 대며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김 대표는 임상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물러나면 임상 진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김 대표가 아니면 엔젠시스 임상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엔젠시스는 이미 개발이 다 된 약물이고 회사 시스템에 따라 임상만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직접 임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임상에 대한 책임으로 못 내려온다는 건 엔젠시스를 무기로 주주들을 겁박하는 것밖에 안 된다."
-헬릭스미스가 3일에 주주 간담회를 연다고 했다. 올해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는데 이에 응할 생각이 있나.
"소통을 하려면 불만이 있는 주주들과 해야 하는데, 회사 직원들과 본인이 잘 관리해온 일부 주주들만 모여서 간담회를 여는 게 소통인가. 비대위가 대화를 하자고 요구할 땐 귀를 닫더니 지분 싸움에서 불리해지고 임시 주총까지 열리게 되니 이제와 소통하는 시늉만 한다. 주주 소통 게시판만 해도 창구가 틀렸다. 주주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언제 생긴 지도 모르게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놓고 개인정보, 인적사항 모두 적어서 글을 쓰라 한다. 누가 그 게시판을 이용하겠나."
-앞으로 비대위 활동 방향은.
"뿌리를 뽑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내부 사정을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이 또 생길 것이기 때문에 경영진 퇴진까지 힘을 계속 모을 것이다. 비대위는 새 대표이사와 이사진 후보 명단을 이미 정리해 놨다. 임시주총에서 승리하면 김 대표 체제를 끝내고 제약·바이오사에서 활동한 유능한 인재들을 이사 또는 실무진으로 영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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