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AI 개발자 특허신청...특허청 "AI는 특허권자 안돼"
미국·영국·유럽 특허청도 같은 이유로 "신청 거절"
AI 발명자 인정 등 관련 논의는 진행 "AI 에디슨 나올 것"

미국의 인공지능(AI) 개발자가 발명자라고 주장하는 AI 프로그램 '다부스(DABUS)'의 탄생 과정. 특허청 제공
20여 년 전 ‘얼굴 없는 가수’가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주인공은 1998년 1월 타이틀곡 ‘세상엔 없는 사랑’을 낸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 당시 카이스트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첨단 캐릭터 동영상 기술개발에 중요한 의미가 있어 명예학생으로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담이 입학전형을 거치지 않았을뿐더러 실체가 없다는 점을 들어 크게 반발했다.
이후 정보기술(IT)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고 작곡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가상 인물?프로그램의 ‘자연인’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AI를 '발명가'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3일 특허청에 따르면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자신이 만든 AI 프로그램 ‘다부스’를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 특허를 지난달 17일 국내에 출원했다. 그는 “용기 결합이 쉽고 표면적이 넓어 열전달 효율이 좋은 식품 용기와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눈에 잘 띄도록 만든 빛을 내는 램프가 각 발명의 핵심”이라고 설명하면서 “다부스가 지식을 학습한 후 2개의 발명품을 창작했다”고 밝혔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해 달라는 국내 첫 특허 출원이었으나 특허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인간이 아닌 AI를 특허권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특허청 설명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심사결과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는 보정 요구서를 통지했다”고 말했다. 테일러가 보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특허출원은 무효 처리된다. 다만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이 같은 원칙은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실제로 테일러는 미국과 영국, 유럽 등에 같은 특허를 출원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현재 그는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예술 활동을 하는 시대에 현행법이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법만 해도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어, AI가 작곡한 음악 등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AI를 창작자로 볼 수 있는지, AI 창작물의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AI 창작물의 권리 존속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쟁점으로 남은 가운데 일각에선 AI 창작물의 권리가 개발자에게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설계된 학습 방법에 따라 결과물을 내는 AI의 특성을 고려하면 결국 개발자가 AI를 통해 창작 활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자문위원회를 구성, 산·학·연 의견을 수렴하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선진 5개국 특허청 회담을 통한 국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AI가 발전하면 언젠가 발명자로 인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어 학계 및 산업계와 그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