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는 연 5000만 마리 새가 지나는 요지
우리나라 첫 전국 단위 해양 조류 조사
해상풍력발전과 괭이갈매기는 공존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전국의 조류 연구자들이 연구에 착수했다. 괭이갈매기 다리에다 '위치추적장치(GPS)'를 달아 어디서 어떻게 먹이를 구하고, 번식하고, 이동하는지 올해 내내 추적한다. 괭이갈매기의 동선을 피해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이 연구는 이른바 '녹녹(綠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태양광발전을 늘리려다, 숲을 베어내는 게 대표적 녹녹갈등 사례다. 해상풍력발전 역시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추진되지만 정작 바닷새 생태를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서해의 경우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 이동 경로인 만큼, 이 부분은 엄밀히 짚고 넘어간 뒤 발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풍력발전에 적합한 서해엔 5,000만 마리 새가 있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칠산도, 불무기도, 난도, 홍도, 울릉도, 독도, 서만도 등에서 괭이갈매기와 노랑부리저어새 160마리에 대한 위치추적 사업을 시작했다. 산란기라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새들을 포획, 다리에다 개체별 식별이 가능한 일명 '가락지(인식표)'를 달고 몸통에는 GPS를 부착한다. 이러면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전국 단위로 '해양 조류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상풍력발전이 새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작점이었다. 최창용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는 "새들마다 비행 높이가 다르다"며 "바다쇠오리처럼 수면 위로 낮게 나는 새들보다는 풍력발전 날개 위치와 비슷한, 30~150m 고도로 나는 새들의 충돌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피해가 없거나 생각보다 적다 해도, 새들 입장에서 거대 인공물인 풍력발전단지가 설치되면 근처에 서식하거나 번식하는 걸 꺼려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서해 지역을 특히 우려한다. 수심이 얕고 섬이 많으니 해상풍력발전 입지로 좋지만, 동시에 서해는 시베리아에서 호주를 잇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의 주요 경로다. 자칫 국제적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권인기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서해를 찾는 새들이 한 해에만 5,000만 마리"라며 "서해 갯벌은 새들에게 중요한 먹이원이자 중간 기착지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녹갈등 넘으려면 "충분한 조사 이뤄져야"
주민 수용성 문제야 보상이나 이익공유제로 해결할 수 있지만, '녹녹갈등' 해결은 쉽지 않다. 정부는 이미 2030년까지 풍력발전을 17.7GW(해상 12.0GW, 육상 5.7GW) 수준으로, 지금(1.6GW)보다 10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육지 새와 달리 바닷새가 날아다니는 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강은주 생태지평 연구실장은 "해외는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해상풍력이 조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많이 쌓아두고 있다"며 "우리는 연구 자체가 부족해 장거리 이동 철새, 단거리 이동 철새, 해양 포유류에 대한 충분한 연구 결과를 가진 상태에서 입지 선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창용 교수는 "그린 에너지라 하더라도 생물 다양성에 위협이 된다면 그건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없다"며 "풍력발전으로 바닷새가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게 충분히 증명돼야 하고, 조류 피해를 저감할 수 있는 풍력발전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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