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에 원청업체로서 하청 근로자와 단체협상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정한 것을 ‘개별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정 직후 CJ대한통운은 물론, 경영계 반발이 터져나오면서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결정이 끼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노위는 3일 CJ대한통운이 하청업체와 교섭의무를 가진다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자 "개별 사안을 다룬 것으로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밝혔다.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의미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사들은 수십, 수백 개의 대리점을 통해 택배기사와 연결되어 있는 형태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의 경우를 들여다봤더니 “택배기사가 CJ대한통운의 서브터미널(중간 집하장)에서 상품을 인수하고 집하상품을 인도하는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이 구조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봤기 때문에 일반 원·하청 계약 관계보다 훨씬 더 긴밀하다고 판단했으며, CJ대한통운에 택배기사들과 직접 협상을 하라고 판단했을 뿐이란 얘기다.
중요한 건 원청인 CJ대한통운에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배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 여부다. 이 때문에 중노위는 구체적인 업무나 작업 방식이 다르다면 다른 회사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가령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 서브터미널에서 택배기사에게 상품 배송시간을 단축하라고 지시하지만, 다른 택배사의 경우 이런 업무지시를 하청인 대리점주에게 맡겨둔다면 택배사에게 직접 교섭에 임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노위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에서 이번 결정은 확대 해석의 여지가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한쪽은 직접 교섭을 촉구하기 위해서고, 다른 한쪽은 분쟁 확산 가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택배연대노조는 이날 “이번 판결은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똑같은 처지에서 일하고 있는 우체국, 롯데, 한진, 로젠 등 다른 택배사 모두에게 적용된다"며 "택배사들은 하루 14시간 장시간 노동과 분류작업에 동원되는 택배노동자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도 “중노위 결정은 당연히 사안별로 봐야 하지만, 이번 결정의 핵심은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교섭 상대로 인정하라'는 취지"라며 "택배업계는 물론 다른 업계의 간접고용 근로자 문제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도 이번 판정이 택배업 외 산업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배달업 등 플랫폼 종사자도 택배기사와 같이 대리점주와 계약을 맺는 원·하청 구조에서 일한다. 때문에 이들도 이번 판정을 근거로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원청이 여러 곳의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열리는 판정”이라며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확인받으려 하기 때문에 하청 근로자의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가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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