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영업이익률 5.1%로 전년보다 좋아졌지만
상위 25%가 대출이자의 8.5배 벌 때 하위 25%는 적자
"코로나19로 기업들 K자 양극화 심해져"
코로나19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빈부격차가 커지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적자를 낸 기업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돈 잘 버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크게 높아졌다.
3일 한국은행이 국내 2만5,871개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의 영업이익률(5.1%)은 코로나19 충격에도 불구하고 2019년(4.8%)보다 높아졌다.
업종별로 제조업(0.2%포인트)과 비제조업(0.4%포인트) 모두 영업이익률이 올랐고, 규모별로도 대기업(0.2%포인트)과 중소기업(0.3%포인트) 모두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여기에는 '평균의 함정'이 있다. 1년간의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이른바 '좀비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34.5%로 2019년(31.0%)보다 3.5%포인트 높아졌다.
아예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도 전체의 25.2%로 2019년보다 4.1%포인트나 늘었다. 지난해 영업적자 기업 비중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 기업 세 곳 중 한 곳은 1년간 번 돈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네 곳 중 한 곳은 적자를 보고 있을 만큼 '부실기업'의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매출액 하위 25%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0.8%로, 이 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었다.
반대로 부유한 기업의 성과는 코로나19 와중에도 더 좋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출이자의 5배를 넘은(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의 비중은 41.1%로, 2019년보다 0.2%포인트 늘었다. 특히 매출액 상위 25%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무려 850.7%에 달해 2019년(751.1%)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과 피해를 본 기업이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김대진 기업통계팀장은 "석유정제업, 조선·기타운송업 등에서 영업적자 비율이 크게 늘었지만, 반대로 전기·영상·통신장비업은 영업이익률이 9%까지 뛰는 등 업황이 좋았다"면서 "코로나19로 'K자 성장' 경향이 강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3.2%를 기록했다. 매출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 수치는 -3.8%까지 낮아진다.
김대진 팀장은 "대기업이 많은 석유, 화학 업종 매출액이 지난해 국제유가 폭락으로 많이 줄었다"면서 "다만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전기가스업 등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고, 코로나19로 수요가 늘어난 분야에서 영업이익률이 증가하면서 전체 수익성 자체는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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