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중도·아랍 아루르는 '무지개' 정부
네타냐후 반발·이념 대립은 불안 요소
이스라엘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파와 좌파, 중도는 물론 아랍계까지 아우르는 ‘무지개’ 연립정부가 탄생한다. 올해 3월 선거에서 의석을 차지한 13개 정당 중 8개 정당이 정권 교체를 기치로 손을 잡았다. 숱한 정치적 위기에도 12년간 장기 집권해 ‘불사조’라 불린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는 결국 권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제2당 ‘예시 아티트’ 야미르 라피드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를 구성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영광”이라며 연립정부 구성 합의안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라피드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차기 정부는 이스라엘 시민을 위해 일할 것이다. 우리에게 표를 줬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며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존중하는 한편 이스라엘 사회의 모든 부분을 통합하고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정에는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17석)와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이스라엘 베이테누’(7석), 좌파 ‘노동당’(7석), 극우 ‘야미나’(7석 중 6석), 우파 ‘뉴 호프’(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 ‘메레츠’(6석), 아랍계 ‘라암’(4석)이 참여했다. 전체 크네세트(의회) 120석 중 딱 과반수인 61석이다. 정부 구성 마감 시한인 2일 자정을 1시간 남겨 놓고 극적으로 라암이 합류하면서 거대 무지대 연정이 성사됐다. 아랍계 정당이 연정에 들어온 건 사상 처음이다. 라암은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이스라엘 내 아랍 공동체를 대변하기 위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임기 첫 2년간 총리직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나머지 임기 2년은 라피드 대표가 번갈아 맡기로 합의했다.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주도의 연정에서 국방부를 맡아온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에게 다시 맡겨졌다.
의회는 일주일 안에 새 연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에 돌입해야 한다. 다음 의회 일정은 7일 시작되기 때문에 늦어도 14일에는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정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2009년 3월 31일부터 12년 2개월간 이어진 ‘네타네후 시대’도 비로소 막을 내린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8개 정당이 ‘반(反)네타냐후’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언제든 이탈 정당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정당마다 이념적 지향이 다양해 정국 혼란이 지속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는 극우 정당과 아랍계 정당 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전반기 총리직을 맡는 베테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한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과거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민족주의 운동) 운동단체를 이끌었고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을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총리직에서 내려오면 보호막 없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 소속인 야리브 레빈 의회 의장이 투표 일정을 연기하거나 무산시킬 거란 관측도 이스라엘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레빈 의장이 시한 안에 투표 일정을 잡지 않을 경우 라피드ㆍ베네트 연정이 의장 축출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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