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임대차계약 해지 인정 첫 판결
법원 "예기치 못한 불가항력적 사유에 해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게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면, 임차인이 별도 해지 조건이 없다 해도 상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러한 취지의 법원 판결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의류·악세사리 도소매업체 A사가 임대업자 B사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 소송에서 "2019년 5월 A사와 B사가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2020년 7월 4일 자로 해지됐음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9년 5월 B사와 서울 중구 명동의 상가건물 1층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2억 3,000만 원에 월세 220만 원으로, 기한은 2022년 5월 말까지였다. "화재나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30일 전 서면통지를 한 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렸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A사는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명동을 찾던 외국인 관광객 급감과 함께, 매출이 90%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사는 지난해 6월 B사 측에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 사유로 영업을 계속할 수 없다"며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나, B사는 "홍수 등 천재지변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A사는 결국 임대차계약 해지를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제한되면서 매출이 90% 이상 감소한 것은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불가항력적 사유'에 해당한다"며 A사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이어 "설령 계약해지 조항이 없더라도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한 것"이라며 "계약 내용대로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겨 사정변경원칙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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