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협조 이유로 감형받아?
유족 "정부가 우리에게 등 돌려"
이탈리아 시칠리아 마피아 출신인 지오반니 브루스카(가운데) EPA 연합뉴스
100명을 넘게 살해한 마피아 두목이 25년 만에 석방돼 이탈리아 전역에서 공분이 일었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은 것인데 피해자 유족 등이 정부에 거세게 항의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시칠리아 마피아 출신인 지오반니 브루스카(64)가 풀려났다. '돼지' 또는 '살인마'로 불렸던 그가 행한 끔찍한 범죄는 셀 수조차 없다. 1993년 조직을 배신한 다른 마피아에 보복하겠다는 이유로 그의 아들인 11세 소년을 납치한 후 살해하고 시신을 산성 용액에 담아 없애기도 했다. 브루스카는 마피아 사건을 중점적으로 맡던 지오반니 팔코네 판사와 부인, 그리고 경찰관 3명을 살해한 지 4년 만인 1996년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석방 이유는 검찰 수사 협조였다. 수감 중이던 2000년부터 자신이 속했던 범죄 조직인 코사 노스트라에 대한 수사에 협조해 실제 조직원들이 대거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브루스카는 검찰에 협조하면서 "나는 150명 이상을 살해했다. 죽인 사람의 이름조차 모두 기억하지 못하겠다. 나는 짐승이다"라고까지 털어놓았다.
흉악범 석방 소식에 피해자 가족은 물론 정치권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판사 살해 당시 사망한 경호원의 아내는 "29년이 흘렀지만 우리 가족을 파괴한 브루스카나 그가 저지른 살인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며 "정부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라고 비판했다. 그를 검거했던 경찰관은 "브루스카가 모든 죄를 털어놨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PD)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브루스카의 석방은 이탈리아가 추구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배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숨쉬기 어려울 정도"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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