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아우라 잃고 순수 공부 모임으로?
친문계 대선주자 배출되지 않은 결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50여 명이 모여 만든 거대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 연구소’. 지난해 11월 출범 당시 '순수 연구단체'를 표방했음에도 정치적 후광이 짙었다.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친문재인계 핵심 인사들의 모임인 '부엉이 모임' 회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86그룹'도 동참해 '친문계 대선 주자를 밀어주기 위한 조직'이란 얘기를 들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도 아닌 제3의 후보를 추대한 뒤 그를 뒷받침하는 싱크탱크로 전환할 거란 전망도 무성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조차 만들지 않은 비공개 활동 방식도 '심상치 않은 단체'라는 평가를 키웠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둔 지금, 민주주의4.0은 정치적 아우라를 상당 부분 놓치고 실제로 순수 연구단체가 됐다.
간만의 대면 토론회에 빈자리가 절반... "격세지감"
1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민주주의4.0 정례 토론회가 열렸다. 복지 분야 전문가인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연사로 나서 북유럽 복지 모델과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교하는 강연을 했다. 뜨거운 주제였지만, 참석자는 30명에 그쳤다. 강연장 자리가 반 가까이 비었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2일 “코로나19로 지금까지 주로 비대면으로 하다가 대면 행사를 한다고 해서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썰렁했다”며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강연 주제가 흥미롭다 싶으면 참석 인원이 좀 늘기도 하지만, 이제는 순수 공부 모임이 돼 회원들이 정치적 기대감은 전혀 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9일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북 문제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민주주의4.0의 이런 변화는 대선 레이스에 정통 친문계나 86그룹의 대선 주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친문계와 86그룹이라는 우산 아래 모였던 회원들은 각기 다른 대선 주자 캠프에 합류해 '각자 살길'을 찾는 분위기다.
회원 중 이광재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그는 친문계보다는 원조 친노무현계로 분류돼 민주주의4.0이 조직적으로 미는 후보로 보기는 어렵다.
민주주의4.0의 연구 성과가 대선 주자들의 정책으로 연결될 여지도 지금으로선 크지 않다. 여권 대선 주자들이 각자 연구 포럼을 꾸려 정책 역량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종환 이사장 "대선과 무관하게 활동 이어갈 것"
민주주의4.0 이사장인 도종환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과 관계없이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고, 활동 시한은 따로 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민주주의4.0은 선거철 우후죽순 생겼다 사라지는 포럼 조직과 달리 정식 등록된 자본금 5,000만원의 사단법인이다. 사단법인은 임의로 해산할 수 없다.
한 회원은 “의원들이 애정을 갖고 한 명당 500만~1,000만 원씩 가입비를 내고 만든 조직이어서, 적어도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활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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