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열악한 국내 공공의료의 민낯이 드러난 가운데 정부가 향후 5년간 공공보건 인프라에 약 5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력 충원 계획이 불확실해 공염불이란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일 '2021년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2025년까지 적용되는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지역 공공병원 20개 이상 만든다
정부는 우선 '양'을 갖추기 위해 지역 공공병원 20개 이상을 신·증축한다. 서부산의료원, 대전의료원, 진주권 공공병원은 올해 초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아 신축이 확정됐다. 이들 20개 외에도 지방의료원이 없는 광역자치단체, 혹은 공공병원을 추가로 지으려는 지역은 적극 지원키로 했다.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중증응급센터도 진료권별로 1개씩 지정해 모두 70곳을 확보한다. 권역외상센터도 기존 15개소에서 17개소로 확대하고, 환자를 이송하는 닥터헬기는 7대에서 9대로 늘린다.
앞으로 있을 대규모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비, 국가 병상동원 체계도 마련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및 7개 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을 지정, 국가 지정 입원병상 281개와 긴급병상 416개를 확보한다. 감염병전문병원에는 전문인력은 물론, 교육 인프라도 만든다. 역학조사관도 늘린다.
의대 정원 확대 등은 여전히 오리무중
문제는 인력이다. 지방 공공병원 20여 곳 등을 늘린다 해도 배치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공중보건장학생 확대 등을 내세웠으나, 이미 지난해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에도 의료계는 정부 발표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의정합의에 따라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정부가 계획안에다 이 얘기를 막무가내로 집어넣은 것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국장은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논의 과정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대신, 단기적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 파견 근무 인원을 47명에서 80명까지 2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에 이 문제를 조율할 수 있는 '공공 임상교수'를, 병원 내 공공의료 문제를 전담하는 '공공부문 부원장'을 만든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의료계에선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단순히 의료진을 사방으로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의료진이 지방의료원에서 일할 수 있게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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