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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다야니에 'ISD 배상금 730억' 주고 싶어도... "더 큰 화 입을라"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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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다야니에 'ISD 배상금 730억' 주고 싶어도... "더 큰 화 입을라" 속앓이

입력
2021.06.03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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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 인수에서 시작된 '10년 악연'
다야니, 배상금 못 받자 한국 자산 압류 시도
은행, 배상금 보냈다가 美 제재 걸릴까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정부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패소에 따른 배상금을 1년 넘게 지급하지 않자 이란 다야니 가문이 한국의 해외 자산에 대해 연이어 압류를 시도하고 있다. 다야니와의 질긴 악연을 끊지 못하는 숨은 배경에는 금융 문제가 있다. 다야니에 돈을 송금했다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걸려 더 큰 화를 입을지 모른다는 금융권 우려가 배상금 지급에 제동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다야니는 지난 2월 프랑스 법원에 한국투자공사(KIC)가 투자한 프랑스 제약업체 주식 가압류를 신청했다. 한국 정부 자산에 대한 다야니의 가압류 시도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네덜란드→영국→프랑스… 매년 압류 시도

앞서도 다야니는 2019년 2월 네덜란드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정부 채권, 2020년 7월 한국석유공사의 영국 내 자회사 주식에 대해 가압류를 걸었다. 다만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네덜란드에선 정부 채권이 다야니의 예상만큼 없었고, 영국에선 담당 법원이 절차 미비를 이유로 가압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야니의 압박은 2019년 말 최종 결론이 난 ISD에 따른 배상금 730억 원을 정부가 미지급하면서 비롯됐다. 다야니와 협의 중인 금융위원회는 배상금 지급을 여전히 심사숙고하고 있다. 배상금 지급이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지 따져보고 있어서다.

금융위는 배상금 지급이 이란 제재와 무관하다는 해석도 들여다보고 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이란 제재는 이란과 경제적 목적의 거래를 할 경우에만 대상이 된다"며 "국제중재에서 패소 판정을 받아 지급하는 배상금은 제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이란 제재와 배상금 지급은 별개라고 결론 내리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실제 배상금을 송금할 금융사를 설득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작동하는 한, 시중은행으로선 우리 정부의 판단만 믿고 배상금 지급 창구로 나섰다가 행여 미국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배상금 송금했다가 이란 제재 걸릴까 우려

과거 유사한 사례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2011년 이란 제재 위반 기업의 송금을 중개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미국 사법당국과 벌금 1,049억 원 납부에 합의했다. 기업은행에 적용된 혐의는 이란 제재 위반이 아닌 자본세탁방지법 위반이었다. 금융권은 미국이 제재 위반 건이 아니더라도 이란과 연관된 사안은 한층 엄격하게 지켜보는 마당에 배상금을 송금하면 '제2의 기업은행'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란 제재는 고무줄처럼 기준이 정해져있지 않은 데다 기업은행 사례처럼 과거 일도 문제 삼을 수 있다"면서 "이런 불확실성 속에 다야니 배상금 송금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상금 지급이 늦어질수록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지연 이자가 쌓인다는 게 문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다야니에 배상금을 지급할 방안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최대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야니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을 갖고 있는 다야니는 지난 2010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최대주주였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추진했다. 다야니가 계약금 578억 원을 낸 뒤 가격을 깎으려고 하자 채권단은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몰취했다.

이후 다야니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관련 이자를 돌려달라며 ISD를 제기했고 2018년 승소했다. 한국 정부는 취소 소송을 냈지만 2019년 12월 최종 패소했다. 한국 정부가 ISD에서 해외 기업에 진 건 처음이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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