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계열사 동참한 ESG 경영 박차
금융그룹 최초 '탈석탄 경영' 선언
단순 자본 지원 넘어 사회적 책임까지

지난해 1월 KB금융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윤종규(오른쪽 일곱 번째) KB금융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이 'ESG 이행원칙'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금융그룹 제공
은행이 '지구 온도 낮추기'에 돌입했다.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싶지만, 사실이다. 석탄 관련 사업에 선을 긋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는가 하면, 환경 파괴 위험이 있는 모든 개발 사업에 대출을 전면 중단할 뜻도 밝혔다.
이는 모두 KB금융그룹이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란 목표를 바탕으로 내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원칙들이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란 슬로건에서 엿보이듯, KB금융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금융사로서 다양한 사회 문제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찌감치 전 계열사가 'ESG 이행원칙'을 선언하는 등 KB금융이 금융권의 ESG 경영을 선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그룹 최초 '탈석탄 금융' 선언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ESG 경영과 관련해 국내 금융사 중 단연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전 계열사가 참여한 ESG 이행원칙 선언 뒤, 3월에는 금융사 최초로 이사회 안에 ESG 경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ESG 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공통 이슈가 된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모든 계열사가 참여해 선언한 '탈석탄 금융'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당시 선언문에서 지구온난화 억제의 우선 과제인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위해 노력할 뜻을 밝혔다.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용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 참여를 전면 중단하는 등 구체적인 방침도 담았다.
올해 2월에는 '적도 원칙(The Equator Principles)' 가입도 마쳤다. 환경 파괴나 인권 침해국에 대한 대출 제한을 약속하는 세계 금융사의 자발적 협약인 적도 원칙에는 현재 37개국 115개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2019년엔 국내 금융사로선 유일하게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의 기후공동협약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제주 한림해상풍력, 영암 태양광발전 사업 등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금융자문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녹색금융상품 속속… "환경문제 책임"
이런 일련의 노력은 금융사의 전통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갈수록 금융사가 글로벌 자본의 유치와 투자에서 창구 역할을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문제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이다.
이를테면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데 왜 지구 온도를 얘기하느냐는 질문에, 위험 소지가 큰 투자를 선제적으로 줄여 '더 큰 돈을 안정적으로 벌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셈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투자한 기업의 경영 성과를 넘어 환경, 사회의 동반 성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KB금융은 친환경·친사회적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금융 상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도 전 계열사가 머리를 맞댄다. KB국민은행은 4월 'KB 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을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이 정한 ESG 평가 기준에 충족하는 항목에 따라 최대 0.4%포인트 우대 금리를 받는 총 1조 원 규모 대출 상품이다.
KB국민카드는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에코머니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서비스(KB국민 그린카드)를 운영 중이다. KB손해보험은 대중교통 이용 할인 및 운행거리 할인 특약 등을 적용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1월 자산운용사 최초로 채권형 ESG 사모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종이통장 줄이자" 직원도 '친환경'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자체 노력도 한창이다. 모든 계열사가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해 본점 및 영업점 전등을 LED로 전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7월 준공된 김포 통합 IT센터에선 태양광 발전 및 연료전지 설비를 도입해 자체 전력을 생산한다. KB국민은행 통합 사옥, KB손해보험 합정 사옥 등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자체 전력 생산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ESG 실천을 위해 전 직원이 종이통장 발급, 전기 사용·음식물쓰레기·일회용품 줄이기 등 생활 속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KB금융그룹이 진행 중인 친환경 캠페인 'KB GREEN WAVE' 슬로건. KB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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