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 주주,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등에 소송
1·2심 "공적 성격 보험사 자금, 사적 사용 안 돼"
"이 전 회장 등이 11억 배상"... 대법, 원심 확정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8년 12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횡령·배임' 사건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화재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 소유의 골프장을 부당 지원하기 위해 회원권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대법원에서 인정됐다. 이로써 이 전 회장과 당시 흥국화재 이사진은 배상금 11억여 원을 물어야만 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흥국화재 주주이자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연구소)가 이 전 회장 및 흥국화재 전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흥국화재는 2010년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골프장 회원권 24구좌를 총 312억 원에 사들였다. 구좌당 13억 원씩이었는데, 이는 통상 가격보다 2억 원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듬해 “일반적 거래 조건에 비춰,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회원권을 매입한 것”이라며 흥국화재에 과징금 18억 4,300만 원을 부과했다. 연구소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골프장 회원권 매입에 쓰인 웃돈 48억 원은 물론, 과징금까지 합해 총 66억 4,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연구소는 또, “흥국화재가 2006~2008년 1조 원대 선수금환급보증(RG) 보험계약을 인수하면서, 조선업체 재무건전성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2,100억 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도 주장했다. RG보험은 선박 발주사가 계약대로 선박을 인도받지 못할 때 조선업체에 낸 선수금을 돌려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으로, 당시 계약 대상 선박 84척 중 25척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했다. 연구소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물었고, 그 결과 전체 배상 요구액은 2,297억여 원에 달했다.
1심은 골프장 회원권 매입에 대해 “공적 성격이 강한 보험사 자금을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다른 계열사 지원 등 사적 목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하는 건 엄격하게 금지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과 이사진이 연대해 흥국화재에 26억 5,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RG보험계약과 관련해선 “보험 사고가 발생했다 해도, 경영진이 감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골프장 회원권 고가 매입’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회원권 환불로 입회금 일부는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배샹액을 11억 2,200만 원으로 줄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양측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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