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지난해 3, 4월 파우치 NIAID 소장 메일 입수
美 팬데믹 초기 中 가오푸 주임이 응원 메일
파우치 답장 "이쪽 세상에 몇몇 미친 사람들"
"모두가 파우치 소장의 '한마디'를 원하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
이메일만 하루 1,000통 이상....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령탑 격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찾는 손길은 끊이지 않았다. 파우치 소장은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조언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친절하게 응답했고, 이유 없이 자신을 공박하는 메일에도 "이해한다"고 답변했다. 미국에 코로나19 파고가 덮치기 시작했던 지난해 3, 4월 파우치 소장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담긴 내용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정보자유법에 의거한 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파우치 소장의 지난해 3, 4월 이메일 866페이지 분량을 분석해 공개했다. 공개된 메일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동료와 병원 관계자, 외국 정부는 물론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언을 요청하는 메일이나 파우치 소장의 노력을 격려하고 감사한다는 내용도 많았다. 일부 메일은 인터뷰를 요청했고 파우치 소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겠다며 협조를 바라는 메일도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공화당 내부에서도 파우치 소장을 응원하는 메일이 왔다고 WP는 전했다. 지난해 4월 10일 발송된 프레드 업튼 공화당 연방하원의원(미시간)의 메일이 대표적이다. 업튼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라고 선전했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가 있는지 물었고 파우치 소장이 “거의 확실히 그렇지만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튼 의원은 이어 “과학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계속해 달라”고 요청했고 파우치 소장도 이에 대해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고 WP는 전했다.
파우치 소장이 백악관과 관계를 지속했으며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최측근인 마크 쇼트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보낸 이메일에 대한 답장이 대표적이다. 쇼트 전 비서실장은 파우치 소장이 ‘증상’은 맞게 진단했지만 ‘원인’이 틀렸다고 공격했으나 파우치 소장은 이에 대해 “알겠다”며 “평화로운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고 답장했다고 WP는 전했다.
당시 백악관이 봉쇄 해제를 위해 파우치 소장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지만, 이러한 대립 속에서도 WP는 “NIAID의 오랜 책임자가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대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보건당국과 파우치 소장이 관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정황도 나왔다. 팬데믹 초기였던 지난해 3월, 가오푸(高福)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주임과 주고받은 메일이 대표적이다. 가오 주임은 자신의 발언을 실은 미국 사이언스지의 인용이 잘못됐다며 파우치 소장에게 “이해를 바란다. 함께 협력하자”고 메일을 남겼고 파우치 소장은 “완전히 이해한다”며 “함께 (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이라고 답했다.
가오 주임은 4월에도 파우치 소장에게 “(당신이) 비합리적인 상황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며 파우치 소장을 응원하는 메일을 보냈으며 파우치 소장은 이에 대해 “친절한 메일에 감사한다”며 “이쪽 세상에 몇몇 미친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괜찮다”라고 답했다고 WP는 덧붙였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 계급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메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미국 국민들에게 부족하고 무능하고 위험하다”며 “권력에 맞서 진실을 말해 달라”고 파우치 소장에게 요청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에 대해 “당신의 목소리를 이해한다”며 “(메일을 보낸 것에) 감사한다”고만 답했다고 WP는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