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로
데뷔한 류솔아 작가에게 듣는 성장담
19세 소녀의 세상은 터프하다. 아빠는 없고, 엄마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다. 누구도 이 소녀를 살피지 않는다. 학교를 자퇴한 후 핸드폰 소매치기를 하며 지내던 소녀는 인생 최초의 목표를 갖게 된다.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에게 똑같이 되갚아주겠노라고. 지난달 27일 종영한 MBC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는 복수를 꿈꾸는 19세 소녀 소현(김환희)의 이야기다.
지난해 MBC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류솔아 작가의 데뷔작으로도 관심을 모은 이 작품은 여러모로 반가운 드라마다. 영화 ‘곡성(2016)’에서 인상 깊은 아역 연기를 펼친 배우 김환희가 성인 연기자로서의 첫 시작을 알렸고, 심소연 PD에겐 첫 단독 연출작이다. 각자의 처음이 맞물리면서 오래 기억에 남을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호평이 줄잇는다. 19세 소녀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 역시 더없이 특별하다.
서면으로 만난 류 작가는 "성장의 전환점에 선 소녀가 여러 사건과 잘못, 아픔을 겪는 과정을 오롯이 소녀의 시점과 목소리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도 교복을 입고 다니던 소현이 마지막에는 스스로 교복을 옷장 안에 넣으며 정리할 수 있는, 그렇게 인물이 성장해나간다는 의미를 녹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한 아이를 만난 게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다. 극중 소현처럼 온당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라 부모를 원망하면서 도벽을 가지게 된 아이였다. 소현은 한발 더 나간다. 죽은 줄 알았던 아빠가 자신을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의 불행을 위해 극단으로 치닫는다. 돈을 주고 폭력을 사주하거나 살인까지 저지르려고 한다. 무턱대고 그를 연민하거나 응원할 수만은 없는 지점이다.
류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고민이 됐던 부분"이라며 "다만 그런 한 아이의 목소리로 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만의 특별함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목표가 생겼다'는 소현의 시선에서, 있는 그대로 비추는 것으로 이를 돌파해낸다. "소현이 조금 다른 종류의 응원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려는 소현을 보면서 이쯤에서 그만두기를 바라는, 소현의 '멈춤'을 응원해주길 바랐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썼고요."
응답하듯 소현은 결국 스스로를 구원하고,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학원물에서부터 가족극, 블랙코미디, 로맨스, 스릴러 요소까지 곁들여 어둡지 않다. 단막극이나 16부작이 기본인 미니시리즈가 아닌 4부작에 담아낸 것도 주효했다. 짧은 만큼 이야기는 더 과감하고, 밀도 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다"는 류 작가는 "우리 시대 어느 한 구석을 포착할 수 있는, 누군가의 아픔과 고민을 담을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고 했다. "누구나 살면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과연 이 불행에 끝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무언가를 향한 원망만 드는 때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상황에 놓인 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주변의 작은 행복을 다시 한번 돌아보셨으면, 작게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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