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만든 전기를 달리는 차에 충전… '꿈의 기술' 무선 전력전송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우주에서 만든 전기를 달리는 차에 충전… '꿈의 기술' 무선 전력전송

입력
2021.06.03 04:30
0 0

나사가 공개한 우주 태양에너지 집진시스템. 나사 홈페이지 캡처


흔히 컴퓨터 책상 밑이나 TV 뒷 공간엔 어지럽게 뒤엉킨 여러 가닥의 전선들이 자리 잡기 일쑤다. 설치된 자리를 옮기려고 해도 전선 때문에 결국 전원 플러그에서 먼 곳으로는 이동할 수도 없다.

전선에 속박된 가전제품엔 자유가 없다. 온종일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도 충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유를 빼앗긴다. 가전제품이 사용하는 에너지, 곧 전력은 전선을 통해서만 배달되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무선 충전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가전제품이 누리는 자유를 기준으로 보면 상용화된 제품들은 아직까지 수준 미달이다. 다들 고정된 위치에서 정해진 시간만큼 자리해야 충전이 된다. 진정한 무선 충전이라면 집안 아무 곳에나 놓아도 충전이 가능해야 한다. 적어도 집 안에선 그래야 한다는 말이다.

수m, 수㎞ 떨어진 곳에서도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고 충전할 수 있는 ‘무선전력 전송’ 기술이 발달된다면, 인류가 전선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즐거운 상상’은 현실이 될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의 무선전력전송 실험 송전탑. 위키피디아


전력 송전을 실험하는 니콜라 테슬라. 위키피디아


무선전력전송은 최신 기술?... 100년 된 구식

무선전력전송은 말 그대로 전력의 이동수단인 전선 없이 전력을 보내는 기술이다. 마치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처럼 전력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다. 무선전력전송을 사용하면 기존 전원 케이블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전자 기기를 더욱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수중이나 지중 등 여러 환경에서도 제약 없이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사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최근 들어 갑자기 나타난 신기술이 아니다. ‘토머스 에디슨’의 라이벌로 잘 알려진 미국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이 기술을 상용화하려고 했던 최초의 인물이었다.

니콜라 테슬라는 1900년대 초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접 가정으로 무선 송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20층 건물 높이의 송전탑까지 건설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어려운 기술을 테슬라가 들고 나온 탓에 투자자들이 자금을 투입하기를 꺼렸고, 그는 끝내 원하는 결과를 얻는데 실패했다. 테슬라는 이로 인해 파산과 신경쇠약을 경험하게 되고 송전탑은 고철로 팔리고 만다. 이후 테슬라는 더는 야심 찬 계획을 시도하지 못하고 소소한 발명을 계속했지만 죽을 때까지 가난하게 살았다.

100여 년 전만 해도 허황돼 보였던 테슬라의 무선전력전송 관련 초기 아이디어는 현재까지 여러 형태로 발전해 다양한 연구과제로 사용되고 있다.

도로 바닥에 송전 패드를 깔아 차량이 도로를 달리면 무선으로 충전이 되는 개념


동화 같은 기술… 남은 벽은 ‘비용’

현재 개발 중인 무선충전 방식은 크게 ‘자기 유도’ ‘자기 공명’ ‘전자기파’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지금까지 주로 시도된 기술은 자기 유도 방식과 전자기파 방식이다. 2000년대 들어서자, 앞선 두 기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자기 공명 방식이 소개되면서 무선충전기술 개발 속도는 빨라졌다.

먼저 ‘자기 유도 방식’에선 전력 송신부 코일에서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그 자기장의 영향으로 수신부 코일에서 전기가 유도되는 전자기 유도 원리가 이용됐다.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대표적이다.

자기 유도 방식의 장점은 90% 이상의 전력 전송 효율이다. 하지만 전송 거리가 1~7㎜ 정도로 짧고, 송신 코일과 수신 코일의 중심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전력 전송 효율이 급격히 저하된다. 소형기기 위주로 기술 적용이 활발한 이유다.

‘자기 공명 방식’은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마린 솔랴시치 교수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구현됐다. 당시 연구진은 2.4m 떨어진 60와트 전구에 불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여러 다양한 소리굽쇠 중의 하나를 두드리면 동일 고유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만 함께 진동하는 물리적 현상에 착안했다. 송신부 코일에서 공진 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생성해 동일한 공진 주파수로 설계된 수신부 코일에만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전달되도록 한 기술이다.

전력 전송 거리가 1~3m로 길고 여러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다. 다만 전송 효율이 낮아 장시간의 충전시간을 필요로 하는 데다, 발열도 심한 편이다. 기대되는 응용 분야가 전기자동차다. 길바닥에 송전 패드를 깔아 수시로 충전한다면 배터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원거리 전력 전송이 가능한 ‘전자기파 방식’은 송신부에서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면 수신부에서는 안테나와 정류기를 조합한 렉테나(Rectenna)를 이용해 전자기파를 수신한 후 전력으로 변환해 주는 형태다. 전자기파 방식은 수㎞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도 수십킬로와트(㎾) 이상의 높은 전력을 송신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강력한 전자기파는 인체에 매우 해롭다는 단점이 있다. 송전탑 대체 또는 우주태양광 발전 등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육군, 장거리 무선 전력 전송 및 충전 기술 개념도


거미줄처럼 뒤엉킨 전선 사라질 날 머지않아

이 동화 같은 기술적 진보에 남은 장벽은 역시 비용이다. 물론 비용의 크기란 주관적이다. 사용자가 지출한 비용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끼면 문제가 안 된다.

그래서인지 무선 전력 송신 시장은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성장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무선전력전송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148억 달러에 달했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PMR는 전 세계 무선충전 시장이 2029년까지 매년 23%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안정성이다. 자기장에 대한 부정적인 사용자 인식을 바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러 사업자들이 관련 기술과 제품 개발에 뛰어들고 그 덕분에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 추후 어떤 동화 같은 기술이 등장해 무선 전력 송신 시장의 크기를 키울지, 어떤 업체가 시장의 지배자가 될지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거미줄같이 뒤엉킨 도심 전선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김기중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생생과학
[인터랙티브] 반려동물 코로나시대의 위로가 되고 있나요? [인터랙티브] 반려동물 코로나시대의 위로가 되고 있나요?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