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와 마녀'의 미야자키 고로 감독 화상 회견
‘아야와 마녀’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추억의 마니’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의 새 영화라는 점 외에도 화젯거리가 여럿이다. 2D애니메이션을 고집해 온 지브리가 처음 선보이는 3D애니메이션이다. 지브리의 상징인 미야자키 하야오(80) 감독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54) 감독이 연출했다. ‘아야와 마녀’의 국내 개봉(10일)을 앞두고 2일 오후 화상으로 미야자키 감독을 만났다.
‘아야와 마녀’는 영국 판타지 소설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1934~2011)의 ‘이어위그와 마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존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아야와 마녀’는 아야라는 소녀가 마법 전수를 미끼로 일만 시키는 마녀 벨라에게 골탕만 먹다가 꾀를 내는 이야기를 다룬다. 미야자키 감독은 “아야가 전형적으로 착한 아이가 아니라 마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지려고 한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노인이 많고 아이가 적은 사회가 돼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노인들의 삶을 짊어져야 한다”며 “아이들이 아야처럼 어른을 조정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 힘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감독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게드 전기-어스시의 전설’(2006)로 데뷔했다. 애니메이션 경력이 일천했기에 아버지의 후광 덕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2011년엔 두 번째 연출작 ‘고쿠리코 언덕에서’를 내놓았다. 2014년 지브리 밖에서 TV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연출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산적의 딸 로냐’는 3D로 제작했는데, 이후 지브리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면 3D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구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이는 스즈키 도시오(73) 지브리 대표이사다. 미야자키 감독은 “스즈키 대표가 새로운 도전을 해 볼 만하다고 용기를 줘 ‘아야와 마녀’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스즈키 대표는 지브리 창립 멤버다. 공동 설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1935~2018ㆍ‘반딧불이의 묘’와 ‘이웃집 야마다군’ 등)가 창작에 전념하는 대신 스즈키는 지브리의 살림꾼 역할을 해오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업계 최초로 컴퓨터를 작업에 도입한 지브리는 보수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곳이기에 제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도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앞으로도 3D애니메이션에 전념할 생각이다. 지브리가 3D애니메이션만 만들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팬들을 들뜨게 할 아버지의 근황을 짧게 알렸다. “아버지가 2D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계시고요. 다른 감독도 2D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입니다. 지브리는 2D와 3D 애니메이션 제작을 병행할 것입니다. 2D든 3D든 지브리 작품은 변함없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아버지는 ‘아야와 마녀’의 원작 소설을 여러 차례 읽을 정도로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애정을 품은 소설이 아들의 손을 거쳐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을 때 대가는 어떻게 평가했을까. 미야자키 감독은 “지브리 내부에선 호평이 나왔고, 아버지 역시 좋다고 평가해 주셨다”고 짧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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