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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9개월 만에 4번째 빌보드 싱글차트 1위..."주류 팝시장에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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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9개월 만에 4번째 빌보드 싱글차트 1위..."주류 팝시장에 안착"

입력
2021.06.02 17:52
수정
2021.06.02 19: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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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신곡 '버터'가 미국 빌보드 종합 싱글 차트인 '핫 100' 정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환호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공식 SNS

그룹 방탄소년단이 신곡 '버터'가 미국 빌보드 종합 싱글 차트인 '핫 100' 정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환호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공식 SNS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버터(Butter)’로 또다시 미국 주류 음악계를 뒤흔들었다. 단 9개월 새 4차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을 내면서 BTS 열풍이 일시적 현상이나 일부 극성 팬덤에 의한 인기 때문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지난달 21일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영어 곡 ‘버터’는 5일자로 발표되는 빌보드 종합 싱글 차트 ‘핫100’ 1위에 올랐다.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지난해 9월 5일자 1위에 오른 지 딱 9개월 만이다. 그 사이 우리말로 부른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이 1위에 올랐고 ‘손님’으로 참여한 조시 685와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Savage Love)’도 1위를 장식했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 스트리밍, 음원 판매, 라디오 방송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핫100은 미국 내 단일 곡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불린다.

‘버터’는 한 주 전 1위에 곧바로 진입하며 연일 상종가를 기록 중이던 10대 괴물 신인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굿 포 유(Good 4 U)’마저 제쳤다. 로드리고는 올 초부터 미국 팝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우 출신 가수로 데뷔 곡을 핫100 1위로 첫 진입시키고, 데뷔앨범까지 빌보드 종합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등극시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 ‘라이프 고스 온’에 이어 ‘버터’까지 3곡을 발매 첫 주에 핫100 1위에 올려놓았다. 웬만한 톱스타도 쉽지 않은 기록이다. 팝 역사상 방탄소년단보다 많은 곡을 1위로 직행시킨 가수는 아리아나 그란데(5회)와 저스틴 비버·드레이크(각 4회) 단 3명뿐이다.

세계 최강의 팬덤으로 꼽히는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의 영향도 있지만 방탄소년단이라는 브랜드가 미국 주류 대중문화 속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이 완전히 ‘K팝’의 영역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의 차트 성적은 이들이 K팝 팬들 외에 일반 미국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고, 미국 내 주류 음악시장에서 현지 팝스타들처럼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CBS '스티븐 콜베어 쇼'에 출연한 BTS. 빅히트뮤직 제공

미국 CBS '스티븐 콜베어 쇼'에 출연한 BTS. 빅히트뮤직 제공

대중음악 산업에서 보수적 성향을 지닌 라디오 방송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해준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버터’가 해외 가수의 곡으론 최초로 최신 히트곡을 주로 다루는 톱40 형식의 미국 내 180개 라디오 방송국에서 모두 전파를 탔다”면서 “대히트가 예견되는 미국 인기가수의 곡도 이렇게 만장일치의 반응은 흔치 않다”고 평가했다.

'버터'는 미국 내 1,200여 개 라디오 방송국의 방송 횟수로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라디오 송즈 차트에서 '다이너마이트'의 첫 주 기록인 49위보다 10계단 높은 39위에 처음 이름을 올리며 한층 높아진 위상을 증명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미국의 여러 라디오 방송국들이 ‘버터’를 선곡했다는 건 방탄소년단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걸 보여준다”며 “방탄소년단이 이제 영어권 아티스트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 매체들도 BTS의 잇따른 차트 정복을 더 이상 놀라운 현상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영대 평론가는 “최근 시상식이나 TV 토크쇼에서도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면서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며 “방탄소년단이 차트에서 1위를 하는 게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고, 이젠 이들을 다른 팝스타들과 공존하는 또 하나의 팝스타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대중문화에서 적잖은 영향력이 있는 매체인 ‘롤링스톤’은 지난달 이들을 잡지 표지에 올리며 ‘K팝’이나 ‘한국’이라는 수식어를 쓰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The World’s Biggest Band)’라고 썼다.

방탄소년단이 음악산업에 대해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식민주의 사고방식에 작은 균열을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하버드대, 예일대 등에서 문학을 가르쳐온 라니 뉴틸 교수는 지난달 22일 CNN에 기고한 글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이 (대부분의 곡을) 영어로 노래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무시"하는 현상을 인종차별적 시선이라 꼬집으며 “방탄소년단이나 (스페인어로 노래하는 푸에르토리코 가수) 배드 버니가 차트에서 군림하는 세계에선 이처럼 영어가 지배하는 음악 산업에 대해 영어권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식민주의적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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