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23ㆍ롯데)이 감격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롯데는 1일 고척 키움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롯데 선발 나균안의 역투가 빛났다. 나균안은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 6.2이닝 동안 무실점(3피안타 3볼넷) 호투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와 함께 데뷔 첫 승리를 △개인 최다이닝 △최다 투구수(95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 등 각종 개인 기록으로 함께 장식했다. 팀이 6연패 중이었기에 그의 승리는 더욱 값졌다. 나균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늘리자는 생각이었는데 적중했다”면서 “(포수 지)시완이 형과 경기 전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이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95개의 공을 던졌는데 포심(19개) 커브(14개) 슬라이더(17개) 체인지업(2개) 포크볼(21개) 투심(22개)까지 무려 6개의 구종을 구사했다. 나균안은 “고교 때 투수를 한 적이 없었다. 프로 2군에서 뒤늦게 투수를 시작한 만큼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남들보다 좀더 많이 던지고 많이 연습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호수비 및 수비 시프트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안타성 타구가 유격수 마차도의 손에 걸리는가 하면 짧은 외야 뜬공도 손아섭의 호수비에 걸렸다. 특히 3회 1사 1루에선 올 시즌 도루 성공률 100%였던 1루 주자 김혜성의 도루를 포수 지시완이 저지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서준원과 김대우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불펜진도 나균안의 첫 승에 힘을 보탰다. 나균안은 인상적이었던 수비 장면으로 마차도의 땅볼 타구를 꼽았다. 그는 “마차도가 다이빙 캐치를 잘 해줘서 그 덕분에 7회까지 투입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마운드 위에서 ‘초짜 투수’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고 한다. 그는 “초짜 투수의 모습 대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나균안이 이날 마운드를 내려갈 때 3루측 롯데 팬들은 기립 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2018~19시즌 당시 ‘최악의 선수’라는 오명까지 쓴 포수가 투수로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나균안은 “소름이 돋았다. 내가 잘 던졌구나 싶었다”라며 웃었다.
그는 마산용마고 졸업 후 2017년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10년에 한번 나올 대형 포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강민호(36ㆍ현 삼성)의 뒤를 이을 '안방마님'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8~19년 두 시즌 동안 100경기 이상 포수로 출전했지만 공격에서의 성장은 더뎠고 수비 실책도 연발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과 따가운 질책이 거셌다.
2020시즌을 앞두고 투수 전향을 결심, 그해 7월까지 2군에서 ‘투타 겸업’을 하다 이후엔 투수로 완전히 전향했다.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한 것도 이즈음이다. 그리고 2군 15경기에서 3승 4패(평균자책점 3.17)로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5월 5일부터 1군 불펜진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15일 KT전부터 선발로 돌아섰다. 표본은 적지만 불펜 4경기(5.1이닝 5실점 3자책)보단 선발로 돌아선 뒤 더 좋은 성적(3경기 16이닝 3실점)을 내고 있다. 그는 “상대 타자들이 저를 분석하는 만큼 저 역시 열심히 공부한다”면서 “여유로운 선발 준비 시간 등 불펜보단 선발이 편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는 호투에 팬들은 개명 전 이름(나종덕)과 ‘제구의 마법사’ 그레그 매덕스(전 시카고 컵스)를 조합한 ‘나덕스’라는 별칭을 붙였다. 나균안은 “처음 듣는 별명인데 기분 좋다”라며 웃었다.
‘투수 전향, 잘한 것 같은가’라는 질문엔 “그런 생각 안 한다”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투수든 포수든 내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도 투수 전향 당시 부모님이 많이 아쉬워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힘들고 방황할 때 와이프가 위로와 힘이 됐다”면서 “개명 덕분에 야구를 잘하게 됐다는 생각은 안한다. ‘개명 효과’보다는 ‘결혼 효과’가 좀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나균안은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그렇다 해도 포수, 혹은 타자로서의 미련은 없을까? ‘타격 연습은 아예 안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2군에서 타자들이 쉬고 있을 때 장난삼아 (타격을) 한 적은 있다”라며 “감독님도 농담으로 ‘상황에 따라 (포수로) 나갈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하신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보단 오늘 안 좋았던 점을 더 공부해서 다음 경기에 좀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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