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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살우" "독립성 손상"... 김오수 취임날 정부에 쓴소리한 고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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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살우" "독립성 손상"...김오수 취임날 정부에 쓴소리한 고검장들

입력
2021.06.01 22: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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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서·배성범, 사직인사서 작심발언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현직 고검장 2명이 1일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이들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날 검찰 내부망에 사직인사를 겸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고검장급)은 이날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 글을 통해 27년간 검사 생활을 함께한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배 원장은 “검찰개혁을 둘러싼 국민들의 질책이 ‘검찰이 인권과 공정을 지켜 제대로 수사를 하라는 것’에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의 (법무부) 조직개편안은 그동안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강조돼왔던 형사부 활성화, 검찰 전문역량 강화 기조와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 수사부서들을 일거에 폐지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전문 역량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한 뒤 “조직범죄, 경제범죄, 국제 외사범죄는 더욱 대형화되고 정교해지는데, 검찰의 전문 수사 시스템은 오히려 위축되는 사법 현실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검찰 형사부의 직접수사 제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개별 사건의 수사개시를 승인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야기하고, 일선 검찰청과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과 독립성을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오인서 수원고검장 역시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의 글에서 “과거의 업무상 잘못과 일탈,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와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나”라고 밝히면서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오 고검장은 “불완전함과 비효율성을 내포한 채 시행 중인 수사구조 개편 법령에 이어 일각에서 추가 개혁을 거론하는 현시점에서도, 내부 진단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처방에 교각살우하는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봐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오 고검장의 이런 발언은 법무부가 추진 중인 조직개편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방위사업ㆍ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반부패ㆍ강력부나 공공수사부, 외사부 등 전담 부서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직제 개편안을 일선 검사들에게 회람하고 의견을 조회했다. 개편안에는 전담 부서가 없는 지방검찰청은 형사부 가운데 말(末)부가 검찰총장 승인을 받아서, 지검 산하 지청에선 검찰총장 요청과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아 임시 수사팀을 구성해야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배성범(가운데) 법무연수원장이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서울중앙지검장 이임식 후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뉴시스

배성범(가운데) 법무연수원장이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서울중앙지검장 이임식 후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뉴시스

오 고검장은 수원지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및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의 사법처리 방향 및 시점을 두고 대검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및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현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수사를 지휘했다.

배 원장과 오 고검장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던 조상철 서울고검장은 4일 퇴임식을 갖는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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