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별 복지’를 들고 나왔지만, 수년 전부터 고민해 내놓은 정책이다. 10년 전 직을 걸면서까지 반대했던 무상급식 반대 때와는 다르다. 복지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유연해졌다."
‘기본소득’을 내세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맞서 ‘안심소득’ 실험에 시동을 건 오세훈 서울시장을 두고 시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선별 복지를 고수하며 보편 복지엔 반대했던 오 시장의 상황이 2011년 초등학교 무상급식 사태와 언뜻 겹쳐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무상급식 등 각종 복지제도가 자리 잡은 가운데 복지분야 주요 쟁점인 기본소득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고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꼽힌다. 시는 안심소득이 오 시장의 주요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자문단 구성을 꾸려 시범사업 적용 대상, 참여자 선정 방법, 사업 추진 후 성과 지표 통계·분석 방안 논의를 거쳐 내년에 시범사업을 실행하겠다는 일정을 공개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4일 "이는 시범사업마저도 조심스럽고, 실제 사업은 충분한 검증을 거쳐 정교하게 다듬은 뒤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소득의 대안을 찾기 위한 모습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직을 걸어가며 반대했던 10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유치원 무상급식 추진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당시 “복지 정책은 수없이 많기 때문에 똑같은 액수를 지원할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화할지는 개별적인 복지 사안에 따라 달라야 한다”며 “복지 정책 시행 때마다 선별이냐 일괄이냐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시 안팎에서는 “10년간 야인으로 지내면서 사람이 정말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안심소득을 행정 현장에 구현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재정 문제는 물론 지급 대상 설정 방법 등 고려할 사항이 많고, 기존 복지 체계를 세밀히 다듬어 통합하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심소득은 그가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책 ‘미래’(2019년 1월 출간)에도 일부 담겼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이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이 직면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비롯해 복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 당시 이슈로 떠오른 기본소득의 대안을 모색하다 나온 정책”이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정책이란 뜻이다.
오 시장도 최근 “세계에서 기본소득 실험은 꽤 산발적으로 있었지만, 안심소득처럼 어려운 분일수록 많이 드리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는 ‘하후상박’ 원칙이 지켜지는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 실험은 처음”이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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